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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후 만행은 형상 없는 도량”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5.02.16 17:00
  • 댓글 0

조계종 법전 종정, 동안거 해제 법문

23일 91개 선원 2115명 안거 해제

“해제 대중들이 형상 있는 도량을 세울 수 있다고 말하면 그것은 제대로 주장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입니다. 해제 후의 만행길은 모두 형상 없는 도량입니다. 형상 없는 도량에서 다니는 것 없이 다닐 수만 있다면 이것이 바로 이 산승의 해제법문에 대답하는 일인 것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도림 법전 스님이 2월 16일 동안거 해제일(2월 23일)을 맞아 3개월 간의 안거 정진을 회향하는 법어를 내렸다. 법전 스님은 법안선사와 장산선사의 정진에 관한 문답을 소개하면서 “공부하는 사람은 삼계에서 애착하는 일들을 몽땅 털어 버려야 하니 털끝만큼이라도 애착이 남아 있으면 그것은 아직 결제가 덜 끝난 것”이라면서 정진에 끝이 없음을 강조했다.

한편 전국 91개 선원에서 정진 중인 1830명의 수좌 스님들과 외호 대중 285명은 음력 1월 15일인 오는 2월 23일 동안거 해제를 한 뒤 만행 정진에 나선다.


다음은 종정 법전 스님의 동안거 해제 법문.

어떤 것이 머무름 없는 근본입니까

몰종적沒蹤迹하고 단소식斷消息이여
운무근雲無根이어니 풍하색風何色고
자취가 사라지고 소식이 끊어짐이여
구름은 뿌리가 없거늘 바람에 무슨 빛깔이 있겠는가

법안문익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종무주본從無住本하야 입일체법立一切法이라하니 여하시무주본如何是無住本이닛고?
머무름 없는 근본에서 일체의 법을 세운다고 하였는데 어떤 것이 머무름 없는 근본입니까?"

이에 법안선사가 대답하였습니다.

“형흥미질形興未質하고 명기미명名起未名이라.
형상은 바탕이 생기기 전에 일어나고, 이름은 이름이 생기기 전에 생겼느니라."

사실 공부가 되지 않는 것은 삼계三界에 대한 집착 때문입니다. 공부하는 사람은 삼계에서 애착하는 일들을 몽땅 털어버려야 하니 털끝만큼이라도 애착이 남아 있으면 그것은 아직 결제가 덜 끝난 것입니다. 꿈 속에서 화를 내거나 기뻐하는 것은 삼계의 혼침과 산란이며, 또 익숙한 경계라고 정신을 차리지 않는 것도 사실 혼침과 산란입니다. 그 이유는 우리가 꿈 속에서 화를 내거나, 깬 후에 익숙한 경계라고 소홀히 하는 것 모두 혼란의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고인들은 이것을 환금幻金 즉 헛것인 금덩이를 끼고 다니는 것이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사실 금은 광석 속에 묻혀 숨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꿰둟어 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결국 각자가 가진 안목의 문제인 것입니다. 스승이라고 해서 반드시 언제까지나 손을 잡아 이끌어 주리라는 법도 없고, 대중들도 반드시 그것에 의지해서 가라고 하는 법도 없습니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결제는 스승이 손을 잡아주는 것이요, 해제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의지해서 걸어가는 것입니다.

법안 문익선사에게 어떤 납자가 “머무름 없는 근본에서 일체의 법을 세운다고 하였는데 어떤 것이 머무름 없는 근본입니까?"라고 물은 것에 대하여 석상초원선사의 법을 이은 임제종의 장산찬원蔣山贊元선사는 “머무름 없는 근본으로부터 일체의 법을 세운다고 하니…”라고 크게 말하고는 주장자를 높이 들고서는 말했습니다.

“주장자는 머무름 없음의 근본이다. 이 주장자는 아침에 서천西天으로 갔다가 저녁에 당唐나라로 돌아온다. 시방세계를 모두 이 주장자가 세운 것이니 말해보라. 형상없는 도량도 세울 수 있는가?”

해제대중들이 형상있는 도량을 세울 수 있다고 말하면 그것은 제대로 주장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입니다. 해제 후의 만행길은 모두 형상없는 도량입니다. 형상없는 도량에서 다니는 것 없이 다닐 수만 있다면 이것이 바로 법안선사의 뜻이요, 장산선사의 마음에 계합되는 것이요, 이 산승의 해제법문에 대답하는 일인 것입니다.

찰진도회刹塵道會에 처처보현處處普賢이요
누각문개樓閣門開에 두두미륵頭頭彌勒이로다.
티끌세계에서 도와 만나니 곳곳이 보현이요
누각의 문이 열리니 일마다 미륵이라

동안거 해제일 2월 23일 도림 법전


남배현 기자 nba710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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