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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스님은 ‘대승기신론’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봤을까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5.02.21 09:00
  • 댓글 0

불교학硏 워크숍서 원효 전공자들 열띤 논쟁

“중관과 유식의 단점 보완·극복”주장에
“반야 중시했는데 중관 비판이라니…”반박
“일심은 여래장 사상에 입각”기존 주장에
“원효의 일심 관점은 화엄과 동일”새 학설


대승불교 최고의 개론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 원효는 『대승기신론』을 어떤 시각에서 바라봤을까.

지난 2월 12일∼13일 불교학연구회(회장 이중표)가 안성 도피안사에서 ‘대승기신론과 원효사상’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겨울워크숍에서 원효 전공학자들은 ‘원효가 『대승기신론』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를 두고 각기 다른 주장을 펼치며 난상 토론을 펼쳤다.

5세기경 인도 승려 마명(馬鳴)이 저술한 것으로 알려진 『대승기신론』(이하 『기신론』)은 담연(曇延, 516∼588), 혜원(慧遠, 523∼592), 원효(元曉, 617∼686) 등 수많은 고승들에 의해 주석되면서 이후 대승불교 최고의 개론서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원효는 『대승기신론소』에서 “『기신론』은 여러 경전의 핵심적인 가르침을 하나로 꿰뚫은 유일한 것”이라고 극찬하면서 『기신론』을 통해 그의 사유체계를 정리해 나갔다. 따라서 일심(一心)-화쟁(和諍) 사상으로 대변되는 원효의 전체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효가 『기신론』을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 그런데 불교학계 내에서는 이에 대해 학자들마다 서로 다른 견해를 피력해왔다.

‘원효가『기신론』을 어떻게 평가했는가’에 대한 견해는 크게 3가지. 즉 원효는 『기신론』이 사상적으로는 중관(中觀)과 유식(唯識)의 지양·종합을 이룬 것으로 해석했다는 설과 유식의 입장에서 바라봤다는 설, 여래장 사상에 입각했다는 설이 그것이다.

전 서울교대 은정희 교수는 “『기신론』의 본문구조는 심진여문(心眞如門)과 심생멸문(心生滅門)의 이문(二門)으로 구성돼 있어 심진여문이 중관의 단점을 보완하고 심생멸문이 유식의 단점을 극복한 것”이라며 “원효는 『기신론』이 사상적으로는 중관·유식의 지양·종합을 이룬 것으로 해석했다”고 주장했다. 즉 원효는 『대승기신론별기』에서 “중관 계통은 부정만 하고 유식계통은 긍정만 하는데 『기신론』은 긍정·부정이 자유자재해 모든 논쟁을 화해시킬 수 있다”고 밝히면서 『기신론』이 중관과 유식을 통합한 것이라고 이해했다는 것이다. 특히 6∼7세기 대승불교의 핵심사상인 중관과 유식을 두고 인도에서부터 중국, 한국을 거치면서 계속해서 제기됐던 이른바 공(空)·유(有) 논쟁을 극복할 수 있는 사상을 원효는 『기신론』에서 찾았고 이를 『별기』에서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70년대 고익진 교수에 의해 처음 제기됐으며 80년대까지 학계에서 논의의 주류를 이뤄왔다

그러나 고려대 강사 이병욱 박사는 “『별기』에서 『기신론』이 중관사상의 대표적인 논서인 『중론』과 유식의 『유식론』 보다 뛰어난 저술이고 그 근거를 반야경전에 있다고 한 것은 원효가 『중론』등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반야경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봤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반야경전과 『중론』의 철학적 기반은 중관사상이기 때문에 원효가 중관사상 자체를 비판적으로 해석했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충남대 이평래 교수는 “원효는 중관 유식에 대해 많은 저술을 하고 있고 또 그 경전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원효가 『기신론』을 중관 유식의 지양 종합으로 보는 견해는 물의가 따른다”며 “원효는 『기신론』을 여래장 사상에 입각해 해석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여래장 사상은 모든 중생에게는 불성이 있어 여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으로 『기신론』에 나타난 일심(一心)은 여래장이 있어 중생이 실천적 의미인 수행을 통해 부처의 마음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경남대 최유진 교수도 같은 주장을 폈다.

이에 반해 외국어대 강사 석길암 박사는 “『기신론소』에 보이는 원효의 일심에 대한 관점은 화엄에서 논하는 일심의 관점과 동일하다”며 “이는 원효의 『기신론』이해가 화엄적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새로운 견해를 제시했다.

이날 불교학연구회 소속 학자들의 ‘원효의 『기신론』 이해에 대한 논쟁’은 6시간이 넘는 열띤 토론에도 불구하고 학자들간의 서로 다른 시각차를 확인한 채 끝을 맺었다. 그러나 이날 토론은 국내 원효 전공학자들이 함께 모여 그 동안의 논의들을 점검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불교학연구회 회장 이중표 교수는 “원효가 『기신론』을 어떻게 바라보았는가는 쉽게 결론을 맺을 수는 없지만 이번 워크숍은 논쟁이 드문 불교학계에 새로운 활력소를 주기에 충분했다”고 평가했다.
안성=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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