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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의 단식을 성찰함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5.02.23 14:00
  • 댓글 0
윤 남 진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처장


수많은 시민들의 호소와 안타까워하는 선한 마음이 모여 지율스님의 생사를 넘나든 단식은 거두어졌다. 천성산 터널이 산지 습지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공동조사도 곧 일정이 잡힐 것이라는 보도다. 참으로 다행스러우면서 반가운 소식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율스님의 자기희생적인 분투에 대해 경탄하는 만큼, 성찰해 보아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언젠가 나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의 대화 속에서, 농으로 하는 말이겠지만 정말로 번민이 되는 소리를 들었다. 요지인즉, ‘이제 삼보일배로 국토종단 정도를 하지 않으면 누가 눈길이라도 줄 것이며, 단식 며칠 한다고 해서 정부당국자들이 콧방귀라도 뀔 것인가’하는 말이다. 우리는 이 말 속에서 환경운동을 포함한 시민운동이 봉착한 한계, 혹은 딛고 넘어서야 할 과제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아마도 기존의 환경운동, 좁혀서 불교계 환경운동에 대한 불만의 소리 정도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운동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한마디 해보고자 한다.

먼저, 환경운동의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수행을 하는데도 내생의 고통과 행복을 관상하는 것에서부터 보리심을 일으키는 데에 이르기까지 조밀한 단계가 있듯이, 환경운동도 낮은 단계, 기초가 되는 단계로부터 높은 단계에 이르기까지 조밀한 운동의 망을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경운동이 사회전체가 소란스러워지는 문제 중심에서, 시민의 생활세계를 성찰하고 변화시키기 위한 작은 자각적 운동들로 흘러넘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기성찰적인 지혜’를 토대로 한 운동이 참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천성산 문제가 언론에 다루어지기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천성산에 의탁해 살고 있는 이들에게서 참다운 환경친화적인 삶의 노력이 드러나고, 그 논란의 과정이 심화되는 만큼 환경친화적인 삶으로의 변화 노력도 심화되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없었던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특히 산중에 있는 나아가 전국의 모든 사찰들에 던지는 숙제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환경운동의 전문 활동가들이 육성되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이며, 사회적 경험 속에서 갈등과 이해를 조정하는 방법과 절차가 조금씩 구체적으로 형성되어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앞으로의 환경운동 발전을 위해서는, 특히 불교계 환경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문성과 현장성을 가진 환경활동가들의 육성과 그처럼 육성된 인력을 잃지 않기 위한 활동환경 조성이 절실하다. 사회적으로 특수신분으로 인식되고 있는 스님, 명망 있는 어느 한 지도자가 중요하긴 하지만, 전문성과 현장성을 겸비한 환경활동가 없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늘 그렇듯이 생활인의 세계로부터 비껴있는 자기희생적, 수도자적 방식의 운동으로 제한될 개연성이 많다. 우리가 100일이 넘는 초인적 단식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또 찾아보아야 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은 정말 불행 한 일 아닌가!

‘우공이산(愚公移山)’ 이라는 말이 있다. 우공이 마을 앞을 가로막는 장대한 두 산(장애)을 ‘자손 대대로’ 파서 옮기면 언젠가는 옮길 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 모습을 본 신선이 두 산을 옮겨 주었다는 중국 고사이다. 나는 시민운동이 선각자운동이나 예언자운동이 아니라 ‘시민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이유가, ‘자손 대대로’ 한다는 자세, 수많은 시민들(신선)이 마음을 바꿔 마침내 ‘산을 옮기도록’ 한다는 자세에 있다고 본다. 이생에서 끝낼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던가!
stupa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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