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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불교 - 축생계 교화하는 관세음보살 화신

  • 해외
  • 입력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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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장 녹이고 불법 수호하는 성스러운 동물

지혜롭고 충직한 … 위신력-수행정진 상징

경전 - 창건 설화 - 민속놀이 등에도 등장






말은 뛰어난 순발력과 탄력있는 근육으로 강인한 인상을 주고 있으며 예로부터 천상계와 지상계를 왕래하는 영험한 동물이라고 하여 신성시했다. 또 말은 영리하고 지혜로울 뿐 아니라 충직하고 의리 있는 승용동물(乘用動物)로 우리민족의 삶과 함께 했으며, 말(午)은 12지의 일곱번째 동물로서 시간으로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방향으로는 정남(正南), 달로는 음력 5월에 해당된다.

불교에서도 말은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며 축생을 교화하는 신으로 여겨져 왔다. 관세음보살이 6도(道)를 순회하면서 중생을 교화할 때, 성관음(聖觀音), 천수(千手)관음, 마두(馬頭)관음, 십일면(十一面)관음, 여의륜(如意輪)관음 등으로 현신했는데, 그 중에서 축생도(畜生道)를 교화할 때 마두관음으로 현신했다.

마두관음의 형상은 말머리에 사람 몸을 하고 한쪽 손에 창을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무량수불(無量壽佛)의 분노신(忿怒神)으로, 머리에 말의 머리를 이고 있어 마두대사(馬頭大士), 마두명왕(馬頭明王)이라고도 한다.

말의 머리를 이고 있는 이유는 전륜왕(轉輪王)의 보마(寶馬)가 사방을 달리면서 위력으로 마귀를 굴복시키는 것과 같이, 생사의 큰 바다를 건너다니며 천마(千馬)를 항복시키는 큰 위신력과 정진력을 나타내거나, 무명(無明)의 무거운 업장을 막기 위해서다.

경전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출가 당시의 모습을 설명하는 유성출가상에서 말에 대한 충직성이 잘 나타나 있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다룬좬석가보좭에는 사문유관을 통해 인간이 늙고 병들고 죽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느낀 석가족의 왕자 싯타르타가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출가를 결심하고 모두가 잠든 새벽 유성출가하는 장면이 나타난다. 이 때 싯타르타가 타고 왔던 말 칸타카는 싯타르타와의 이별을 슬퍼하며 무릎을 꿇고 발을 핥으면서 비 오듯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경전에 나타난 칸타카는 말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잘 나타나고 있다.

경전에서 말은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주인의 서원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할 줄 아는 영리하고 의리가 있는 동물로 상징된 것이다.

문명대 동국대 교수는 “말은 싯타르타의 출가를 비롯해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등의 불교적 요소가 말을 중시하는 민속문화와 결부되면서 불교문화재에도 많이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찰 창건 설화에서도 말이 자주 등장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중국 낙양의 백마사(白馬寺)다. 백마사라는 이름은 후한의 명제가 인도에 파견한 채음과 진경이라는 두 스님이 인도 고승 섭마등(攝摩騰), 축법란(竺法蘭)과 함께 불경을 백마에 싣고 낙양에 돌아온 것에서 유래됐다.

백마사(白馬寺)는 불교가 중국에 들어온 후 최초로 세워진 사원으로 ‘중국 제일의 사찰’이라고도 불린다. 1900년의 역사를 지닌 백마사 절 입구 양쪽에는 송나라 때 만들어진 두 마리의 백마상이 서 있다.

말과 관련한 창사설화 중 중국에 백마사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법주사(法住寺)가 있다. 신라 진흥왕 14년(553년) 의신 스님은 불법을 구하고자 천축국에서 공부를 하고 흰 노새에 불경을 싣고 귀국했다. 스님은 후학을 양성할 목적으로 절을 지을 만한 터를 찾아다니던 중 스님이 타고 다니던 흰 노새가 지금의 법주사 터에 이르러 발걸음을 멈추고 울부짖는 광경을 목격했다.

노새의 기이한 행적에 스님은 자리에 멈춰 산세를 둘러보고 절을 지을만한 곳으로 판단한 뒤 그 곳에 절을 지었다고 한다. 노새의 등에 싣고 다니던 경전이 이 곳에 머물렀다는 이유로 이곳의 절 이름을 법주사(法住寺)라고 부르게 됐다.

법주사 주지 지명 스님은 “불교에서 말은 신령함과 친근감을 대표하는 동물”이라며 “말띠 해를 맞아 우리 불자들은 어떤 난관에 봉착해도 굳건히 견디는 말의 특성을 살려 국난극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는 말이 민속놀이나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 원시미술이나 속담, 민담, 민속신앙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이같은 사실을 입증해주고 있다. 불교와 말에 얽힌 설화나 전설이 유달리 많이 전해지고 있는 것은 우리 민족이 그 어느 동물보다 말과 깊은 유대관계를 맺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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