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선수행 문대웅 씨 상

기자명 법보신문
형과 아우 죽음 이후 참선 수행 시작
헌책방서 찾은 백봉 선생 책에 감화


61년. 아홉 살 되던 해였다. 동생이 아프다며 징징대는 소리를 들으며 학교에 다녀온 날. 여느때처럼 가방만 내팽개치고는 해가 저물도록 밖에서 뛰어놀다 집으로 돌아왔다. 집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동생이 죽은 것이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 리 없는 나이였지만 모든 사람들이 우는 것이 분명 슬픈 일이었고 함께 장난칠 동생이 없어졌다니 나에게도 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충격에서 미처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때 두 살 터울의 형마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뭔가 이상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 상에서 밥을 먹고 한 이불을 덮고 자던 형제들이 차례로 없어져 버린 것이다. 땅으로 꺼졌는지 하늘로 솟았는지 형과 아우는 이제 나와 한 집에서 살지 않았다. 집 뿐 아니라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죽은 형을 가마니에 말아 지게에 지고 산으로 올라가는 아버지를 보았다. 나에게 꿀밤을 먹이던 손이며 이불을 걷어차던 다리가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허망하게 땅에 묻혔다. ‘땅 속에 들어가면 숨도 못 쉴텐데 얼마나 답답할까? 보드라운 흙으로 덮히면 푸근할까? 솜이불처럼 따뜻할까? 아니야. 딱딱하고 차갑고 어둡고 온갖 벌레들이 달려들꺼야.’ 순간 죽는다는 것이 공포로 다가왔다. 일가친척들이며 동네사람들이 ‘너마저 죽으면 안될텐데. 너는 살아야 할텐데’하는 소리들을 계속해서 듣다보니 어쨌든 나는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죽지 않을 수 있을까 꾀를 냈다. 언젠가 들었던 옛날 이야기 중에 한 주인공이 목숨이 위태로운 급박한 시점에 죽은체를 해서 다시 살아난 이야기가 떠올랐다. 나도 그 주인공처럼 거짓말로 죽었다 다시 살아나면 죽음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나는 그날 당장 죽을 각오를 하고 드러누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죽는 시늉만 했는데 진짜로 몸에 열이 나고 침을 삼킬 수도 없이 부어오르는 것이 아닌가. 생떼같은 아들을 둘이나 잃은 부모님은 도시의 큰 병원에 데리고 갔다. 다행히 몸살로 그치고 말았지만 나는 이제 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심을 하게 되었다.

어머니가 속리산 대웅보전을 품에 안는 꿈을 꾸고 낳았다고 해서 이름까지도 ‘대웅’인 나는 어릴적부터 불교와 인연이 깊을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형제의 죽음을 경험한 나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교를 가까이했다. 그 시절 누나 방에서 일엽 스님의 책을 발견했다. 그 책에서 만공 스님이 참선하던 이야기를 읽고는 나도 그 스님처럼 참선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때부터 ‘선(禪)’자가 들어간 책은 모조리 읽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참선에 대해 파고 들었다. 애오라지 참선만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학교 공부는 뒷전으로 하고 참선공부만 하느라 반에서 꼴찌를 한 적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다 열 일곱 살때였다. 한국의 선찰대본산에서 공부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혼자서 범어사를 찾았다. 그러데 그 당시 범어사는 일반 재가불자들을 받지 않는다고 해 아쉬운대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오대산 상원사로 가볼까 하고 돌아오다 대전에 있는 한 헌책방에서 백봉 김기추 선생이 유마경을 강론한 책을 발견했다. 책을 펴든 순간 은은한 향내와 군데 군데 떨어져 있는 촛농 자국은 나를 별천지로 이끄는 듯 했다.

반부패실천연합 위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