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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매일여 얻어야 깨닫나요?

기자명 법보신문

수행의 한 현상일 뿐 집착 말아야

Q:오매일여(寤寐一如)를 얻어야만 깨달음이 가능한가요?

A:그렇지 않습니다. 오매일여는 깨닫지 못한 수행자가 점진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오는 한 현상일 뿐이지, 누구든지 꼭 이런 과정을 거쳐야 깨닫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예로 6조 혜능 스님은 아직 스님이 되기 전에 단지 홍인 스님의 금강경 강의를 한번 듣고 깨달았으므로 육조단경에 오매일여에 대한 말이 없고, 3조 승찬 스님이 혜가 스님을 만나서 깨달을 때도 역시 말끝에 즉시 깨달음을 얻은 것이지 오매일여를 성취한 후에 깨달은 것이 아닙니다.

만약 승찬 스님이 오매일여를 얻어서 깨달은 것이라면 신심명에 그런한 구절이 있어야 하는데 신심명 어디를 찾아보아도 오매일여에 대한 말은 없습니다.

또한 영가 현각 스님은 육조스님에게 찾아가서 삿갓도 벗지 않고 말을 던졌고 육조 스님이 거기에 대하여 답변하는 말 한 마디를 듣고 문득 깨달음을 얻었을 뿐, 특별히 고된 수행 끝에 깨달은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영가 스님이 지은 증도가에서도 오매일여에 대한 말은 없습니다.

이외에 설봉 스님은 암두 스님과 길을 가다가 한 곳에 잠시 유숙하게 되었는데 설봉 스님이 좌선하면서 선정에 들려고 하자, 암두 스님은 오히려 좌선하는 설봉 스님을 나무라면서 설봉 스님에게 미숙한 것을 물으라 하였습니다. 설봉 스님이 묻자 암두 스님은 말 한마디를 던져주었고 그것을 들은 설봉스님이 즉석에서 깨달았습니다. 따라서 설봉 스님도 언하에 깨달은 것이지 오매일여를 얻은 후에 깨달은 것이 아닙니다.

또 중국 한국 일본의 선종 중시조인 임제 스님도 황벽스님의 주장자 세대를 맞고 깨달음을 얻었고, 오히려 부처가 되기 위하여 좌선 수행하는 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였습니다.

돈오는 자성에 대하여 깨닫는 것입니다. 그런데 돈오자가 자성을 깨달으면서 동시에 모든 이치도 통달하여야 하는데, 만약 깨달은 사람이 화두를 듣고 알지 못한다면 소위 원통(圓通)했다고는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돈오자도 화두를 들고 보림 수행을 해야 하는데, 이때에 오매일여를 체험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역대 선사들은 오매일여와 상관없이 선사의 말 한마디에 화두의 뜻이 드러나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입니다.

화두는 자성을 올바로 철견했는지 알아내기 위하여 후대에 생긴 조사관문입니다. 돈오자라 하여도 화두의 뜻을 모르면 곧 화두를 들고 참구해야 합니다. 참구하다가 기연언구(奇緣言句)를 만나 타통되거나, 스스로 화두의 뜻이 확연히 드러나게 되면 비로소 부처님과 조사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깨달음을 얻든지 얻지 못하든지 화두를 타파해야 하는 것은 선불교의 핵심사항입니다. 그러므로 마음이 쉬어 화두의 뜻이 드러나면 완숙한 깨달음이지, 꼭 오매일여를 체험해야 깨닫는 것은 아닙니다.
무불선원 선원장
(cafe.daum.net/mubulsun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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