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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 영문 잡지를 기다리며

기자명 법보신문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에서 학술지 「불교원전연구」를 창간해 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원전연구는 한역에 의존했던 불교연구를 다양한 언어와 주제로 해방시킬 것이다. 연구자들의 역량은 과거보다 훨씬 성숙하여 기왕에 바란다면, 한국의 불교학계 내에서 영문잡지의 발간을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불교학 영문 잡지의 국내 발간은 국내의 연구정보를 해외에 전달하여 외국에서 한국불교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촉진할 뿐만 아니라, 거꾸로 국내연구자들 스스로 자신의 학문적 역량을 점검하도록 만든다.

일본은 이미 1921년 스즈키(D. T. Suzuki)에 의해서 영문 불교학술잡지인 「동양 불교도」(The Eastern Buddhist)를 만들어냈다. 이를 통해 일본의 선불교와 대승불교를 국외에 알리게 되었고, 외국의 학자들을 일본불교의 연구로 끌어들이는 효과를 거둔 잡지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현재까지도 대승불교를 연구하는 중요한 잡지로 자리잡고 있다. 얼마전 「법보신문」에서 한국내의 불교연구가 왜 국제 학술 세계에서 도외시되는가라고 물었던 질문은 국내에서 이러한 국제적 수준의 잡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의지가 부재했던 것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불교를 소개할 수 있는 국내의 몇몇 영문잡지가 있기는 하지만, 한국학의 일부로서만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영문잡지 발간의 필요성과 함께 한국불교의 해외연구 침체원인을 말하자면, 정보소통이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인데, 이는 불교학계가 안고있는 두가지 문제와 관계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외국에서 한국불교”에 관한” 교학적이고 역사학적인 연구정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 점이다. 이러한 정보는 한국불교를 연구하는 극히 소수의 외국학자에 의해 전담되고 있다. 만일 국내에서 발간되는 십여종의 불교학술지 가운데 한두개만이라도 영문으로 출판되었다면 상황은 매우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년간 생산되는 불교관계 논문의 상당수는 한국불교”에 관한” 것이므로 이 논문들의 정보가 서양에 소개된다면 한국불교”에 관한” 국제적 연구도 활발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불교연구의 수준 때문이다. 이것은 다소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단지 영어라는 의사소통수단의 문제가 아니다. 영어논문을 작성할 수 있다고 해서 그 논문이 국제적 수준을 감당할 수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한국불교”에 관한” 논문들은 국외의 학자들에게 최소한의 정보라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초기불교 연구나 중국불교 연구, 또는 티베트불교 연구는 한국인을 위한 소개의 수준에서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사정은 동일한 하나의 연구주제를 놓고 외국과 한국의 연구물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국내의 연구물이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에서 연구가 이미 종료된 것이거나 폐기된 것이기 십상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의 연구물의 일부는 외국의 기존 연구물들을 각색해 내놓은 것이거나 상상력에 의존한 연구물들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의 태반은 외국의 연구결과를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간서적이나 학술지조차 연구자들은 제대로 구경하지 못한다. 유학 연구자들이 귀국하여 지속적인 역량을 유지하기 힘든 이유의 하나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 필자가 아는한 가장 중요한 불교 학술지의 한가지인 「불교연구」(JIABS)와 「비인誌」(WZKS)를 제대로 갖추어 놓은 대학은 국내에 “단 한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잡지들을 입수하거나 발간에 힘쓰기보다는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호가하는 학술대회를 유치하는 연구기관들의 심내를 이해할 수 없다.

현재 불교학 연구자들은 자료의 부재로 인해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아예 자신들의 그러한 취약한 기반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선언과 구호로만 난무하는 한국불교의 진정한 연구확대를 위한다면, 학술잡지의 발간과 입수에 연구기관들이 힘써 주기를 바란다.



심재관 (강릉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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