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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종 전통은 어디로 갔나

기자명 법보신문
태고종이 위기를 겪고 있다. 현 집행부에 대한 전면적이고 정면적인 불신임이 제기되었다. 지난 7월 30일에 개최된 태고종 전국승려대회에서 총무원장의 해임, 중앙종회의 해산, 사정원의 해체가 의결되었다. 나라로 치면 입법 사법 행정의 3권을 모두 정지시킨 것이다. 승려대회란 현 체제가 너무 부패하여 한 두 가지 부분적 개선으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 된다는 판단 하에 비상시에 모이는 승가 최후의 수단이다. 정치로 말하자면 혁명이다. 여기에는 서로가 엄청난 위험 부담을 갖게 마련이다. 특히 혁명을 시도하는 쪽에게 돌아가는 부담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실패란 곧 죽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사를 할 때에는 매우 신중하고, 될 수 있으면 대화를 통해 개선해 보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게 마련이다. 물론 집권 세력이라고 해서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기에 앞서 현 분쟁을 야기시킨 총체적인 책임은 현 집권자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독자성 있나’ 반성할 때



나로서는 현 집행부가 무엇을 잘못했는가의 내용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다. 잘못했다는 쪽이나 그렇지 않다는 쪽이나 모두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태고종의 대다수의 구성원들이 지금의 집행부에 대하여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불만의 해결을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안책이 필요하다. 말이나 논리적인 설득이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되도록 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여기서 새삼 태고종이 만들어지게 된 역사적 배경을 재론할 필요는 없다. 한국불교의 분규과정에서 조계종이 생기고 태고종이 생겼다. 비구교단으로서의 조계종은 그 동안 나름대로의 진통을 겪어가면서 자신들의 종지와 종풍을 가다듬어가고 있다. 도제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을 정비하고, 승풍진작을 위해 제도를 정비하고, 신도 교육을 위한 포교사업을 지원하고, 대장경을 번역 출판하고, 사원의 재정을 공적으로 관리하는 등 등 말이다.

그런데 태고종은 어떠한가? 여타 종단과 구별되는 태고종 고유의 독자성이 있는가? 진각종이나 천태종의 자신들의 교단을 정비하고 종지 종풍을 선양하는 것에 비해서 말이다. 조계종과 태고종이 갈라지던 당시만 해도 태고종이 가지고 있던 인적 지적 물적 자원은 대단했다. 정말 기라성 같은 승려와 학자들이 태고종과 관계를 맺었었다. 그러나 이제 그 자원들은 하나 둘 고갈되어 가고 그렇다고 새로운 자원이 보충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지금에 일어나고 있는 태고종 갈등의 원인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곶감 빼어먹듯이 하나 둘 먹어버리기만 했지 채워 넣지 못했다. 세상은 변하는데 이 변화에 걸맞은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게다가 자신들의 내부정비마저도 허술했던 것이다.



종지-종풍 자성 통해 세워야



사실 불교를 연구하는 우리 학자들에게는 태고종의 총무원장이 누가 되는가는 별 관심이 없다. 그것은 그들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 종단들이 불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전파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학자의 양심에 따라 평가할 수 있다. 태고종만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귀중한 유산들이 많이 있다. 우리가 안타까워하는 것은 그것이 소멸되고 2류 종단으로 밀려가는 현실이다.

총무원청사에 누가 들어가느냐는 상징성 말고는 별 의미가 없다. 문제는 태고종의 브랜드마크를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이다. 한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태고종이 여타의 불교교단과 서로 협력 보완해가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현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이제는 태고종이 가야할 방향을 설정하고, 종지와 종풍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그리하여 내부로부터의 변혁을 해야할 시기이다. 역사가 필요로 하는 태고종, 역사를 만들어 가는 태고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신규탁(연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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