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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선수행 문대웅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백봉 거사와의 만남으로 수행에 박차
일년에 두 번 ‘7일 철야정진’ 십년째


대전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백봉 선생의 책은 나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늘 큰 스승의 가르침에 갈증을 느끼던 나는 백봉 선생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수소문 하고 다녔지만 인연이 아닌지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79년 부산에 내려가 며칠 묵을 기회가 생겼다. 백봉 선생이 부산 보림정사에 있다는 말을 들었던 나는 부산에 내려가자마자 전화번호부를 뒤져 보림정사를 찾아 전화를 걸어 백봉 선생을 만나게 해 달라 간절히 부탁했다. 그리고는 그 다음날 아침 마치 꿈만 같았던 백봉 선생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백봉 선생은 나에게 예를 갖춰 대해 주었다. 현문과 우답이 몇 차례 오가고 나서 백봉 선생은 “공부하다 죽으면 양지바른 곳에 묻어줄 터이니 함께 지내자”했다. 현실적인 생활도 마음에 걸리거니와 무엇보다 혼자서 이뤄보겠다는 생각이 컸던 터라 함께 지내자는 말에 쉽게 동의할 수가 없었다. 떠나는 내게 금강경 사구게를 읊어주며 기다리고 있을테니 꼭 다시 오라는 백봉 선생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 이후로 백봉 선생을 보지 못했으니 그 반나절의 만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그날 이후 꼬박 10년이 흐른 뒤 다시 백봉 선생의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생겼으니 바로 정릉 보림사 묵산 스님과의 만남이었다. 백봉 선생이 이끌던 보림회가 보림사에서 수행을 하던 계기로 묵산 스님과 백봉 선생은 도반이 될 수 있었고 묵산 스님은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에게 백봉 선생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혼자서 공부해보겠다는 나의 결심은 묵산 스님을 만나고서 수정이 되었다. 묵산 스님의 ‘고행은 깨달음의 씨앗’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비로소 법문이 귀에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매주 보림사에서 결가부좌를 하고 참선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처음에는 30분도 채 넘기지 못했다. 발목 인대가 늘어나 병원에 가야 되지 않을까 하는 괜한 걱정에 ‘부처님 가르침만 따르면 되지 꼭 이렇게까지 고통스런 과정을 겪어야 하나?’하는 나약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고행은 발심의 씨앗이라는 말이 나를 잡아 이끌었다. 잘 나가던 사업에도 위기가 찾아와 더욱 굳은 의지를 필요로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여기서 이기지 못하면 평생 몸뚱이랑 타협만 하다가 끝나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앉아 있는 시간을 차츰차츰 늘여간 지 7년이 되자 결가부좌를 한 채로 6시간 이상도 끄덕 없게 됐다.

거기에 매주 주말 철야정진 기도는 물론 95년부터는 일 년에 두 번씩 일주일 철야정진기도에 참가하고 있다. 일주일 철야정진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가건만 아직도 엄청난 결심을 앞세워야 할 만큼 힘들고 고통스런 시간임에는 틀림없다. 쉴 새 없이 쳐들어오는 수마와 싸워야 함은 물론 녹아내릴 듯한 육체적 고통과 함께 온갖 망상과 잡념들이 나를 끝없이 괴롭힌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참고 이겨냈을 때의 기쁨 또한 그에 버금간다.

아홉 살 때 얕은꾀로 새로운 삶을 얻었던 나는 줄곧 참선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어 번뇌를 없애고자 했다. 그 후 수많은 인연들 끝에 이제야 비로소 참다운 참선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삶과 죽음의 도리를 깨닫는 날까지 정진하는 것. 이것이 나를 살아가도록 하는 존재이유다.

반부패실천연합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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