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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출한 여성 수행자들 ‘세상 밖으로’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5.03.23 09:00
  • 댓글 0
최선경 교수, 불교설화 등장한 여성상 분석
뛰어난 수행-희생 감내한 여인 등 34명 소개


과거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는 언제나 억압받고 남성보다 열등한 위치에 있었을 것으로 믿기 쉽다. 이는 우리 사회가 조선시대를 거치는 동안 유교적 이념에 사로잡혀 가부장적인 사회로 정착됐기 때문이다. 불교계 역시 역대 뛰어난 고승들의 대부분은 비구로 그려질 뿐 구도에 있어 어느 남성 못지않게 뛰어났던 여성 수행자들의 삶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과거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열등했으며 구도(求道)에 있어서 뛰어난 여성 수행자는 없었을까?

최근 『삼국유사』의 불교설화에 재조명함으로써 삼국시대 여성들의 뛰어난 삶을 부각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가톨릭대 최선경 교수는 가톨릭대 인간학연구소가 발행하는 『인간연구』(2005년 봄)에「『삼국유사』불교설화에 등장하는 여성인물의 형상과 기능에 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해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졌던 여성에 대한 차별적 고정관념을 뒤집고자 했다. 특히 최 교수는 삼국유사 불교설화에 나타난 여성들의 불교의 전파에 있어 남성들보다 뛰어났던 점, 남성 수행자를 깨우쳐 성불로 안내한 여성들을 부각시킴으로써 불교적 평등관과 함께 여성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바로잡으려 했다.

그 동안 『삼국유사』에 나타난 여성의 삶 중 일부를 소개하는 논문이 간혹 발표되기는 했지만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여성의 삶을 분석, 조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국유사』 불교설화에 등장하는 여성은 모두 34명. 최 교수는 이들을 △불교전파 및 수행에 뛰어났던 여성 △남성 수행자들을 깨우치게 해 성불로 이끌었던 여성 △훌륭한 고승을 낳은 여성 △사랑과 희생으로 구원하는 여성으로 나눠 그들의 삶과 당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의 역할을 일일이 소개했다.

뛰어난 법력으로 당시 왕비였던 ‘보도 부인’을 불문에 귀의하게 이끈 신라 최초의 비구니 ‘사 씨’를 비롯해 계집종이라는 신분을 뛰어넘어 염불 수행을 통해 비로소 성불한 ‘욱면’ 등은 불법을 구함에 있어 남성 수행자 못지않은 뛰어난 수행력을 과시한 여성이었다.

또한 원효의 수행력을 시험하기 위해 등장한 ‘벼 베는 여인’과 ‘월수백을 빠는 여인’, ‘조신’에게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순간적이고 덧없는 감정이며 인간의 욕망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김 낭자’ 등은 남성들을 깨우치게 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이끈 여성들이었다. 이 밖에도 불법(佛法)을 구하기 위해 출가를 발원한 ‘진정’이 홀어머니를 두고 떠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고민하는 것을 지켜본 뒤 출가할 것을 독려하는 진정의 어머니는 사랑과 희생으로 구원하는 여성으로 표현되어 있다.

최 교수는 “불교설화에 나타난 여성상을 고찰하는 것은 불교에서 여성을 바로 보는 시각을 확인하고 이것이 그 이전과 이후의 것들과 무엇이 같고 다른지를 확인하는 하나의 준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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