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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의 정체

기자명 법보신문
마음속 민감한 버튼들이 외부작용에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들여다 보아라


미국 사람들이 생활 중에서 흔히 하는 말 가운데 “버튼을 누르다”(push the button) 라는 표현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버튼은 단순히 초인종 같이 외부로 나온 단추를 누른다는 뜻 말고도, ‘심리적으로 매우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다’ 라는 뜻이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우리 나라에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독도에 관한 일본과의 갈등이 미국 사람들이 말하는 한국인들의 심리적 버튼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이런 버튼의 내용이 민감하면 민감할수록 그에 대한 반응 또한 격렬하게 나오는데 독도 문제로 일본 대사관 앞에서 닭의 목을 비틀고, 손가락을 자르고, 심지어 자해까지 하려 했다 하니 분명 이 문제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버튼을 누르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이런 심리적 버튼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다 존재한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이 중국이다 보니 중국인들과 대화를 할 때 외국인들이 절대로 건드리면 안되는 중국인들의 버튼이 무엇인가를 종종 생각하게 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대만이나 중국내 소수 민족들과의 갈등이 이런 버튼이 되는 것 같다. 잘 모르는 중국인에게 대만은 중국과는 상관 없는 한 독립 국가로 인정해야 되지 않냐고 함부로 말을 했다간 중국인으로부터 어떤 변을 당할지 모른다. 또한 중국에 사는 어느 캐나다 친구에 따르면 본인이 대화 중에 마오쩌뚱에 대해 작은 비판을 가했다가 중국 사람들로부터 엄청 혼이 났다고 한다. 아마도 마오쩌뚱에 대한 외국인의 비판적 시선은 중국인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신성 모독죄에 해당하는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불자이다 보니 우선 내 마음속의 민감한 버튼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눌러졌을 때 내가 왜 강하게 반응하는지를 들여다보게 된다. 도대체 그 버튼들 아래에는 무엇이 존재하길래 본인도 모르게 격렬하게 반응을 하는 것일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엇보다도 먼저 내면에 존재하는 강한 집착과 마주치게 된다. 마오쩌뚱은 무조건 훌륭하다는 사상에 대한 집착이든, 대만을 절대로 독립된 나라로 둘 수 없다는 소유에 대한 집착이든, 내 밖의 대상에 대해 나와 하나로 결부시켜 동일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반응들이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집착의 근원은 내 안에서 느끼는 공포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지금까지 살면서 사회가 나에게 주지시켜준 어떤 믿음이나 가치관이 돌연 나와 다른 신념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도전을 받았을 때 우리의 존재의 뿌리가 흔들릴까 하는 두려움에서 나오는 반응들이다.

하지만 내 것이라고 믿는 사상이나 가치관들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다. 살면서 중생이 ‘나’라는 믿는 연약한 자아를 보호하기 위해 장막을 치듯 자기보다 더 큰 집단 안에 들어가 그들의 신념을 받아들여 스스로를 무장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런 믿음들이 우리에게 가끔은 안전감을 주기도 하지만 실제로 보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르고 한편으로는 진정한 나(眞我)의 모습을 못 보게 하는 색안경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인들이 참으로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국인으로써 그런 일본인들을 싫어하는 나의 감정 또한 나에게 프로그램 되어진 것이라. 생각하면 어느덧 초탈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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