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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고 싶다면[br]죽음부터 배우세요

기자명 법보신문

임사체험 전문가 능인불교연구소 김 기 호 실장

산 자는 죽음을 피할 방법이 없고, 늙음이 온다면 바로 죽음이 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중생의 규칙이다. 태어났음에는 항상 면전에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어린 자나 연장자나 어리석은 자나 지혜로운 자나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은 죽음의 사신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모든 사람들의 돌아갈 곳은 바로 죽음이니라.
-숫타니파타


<사진설명>김기호 실장은 자살이란 고통의 해결이 아니라 불바다에 기름을 지고 뛰어들듯 윤회와 고통의 굴레를 더욱 칭칭 옭아매는 어리석은 행위라고 비판한다.

사바(娑婆)는 범어 Saha에서 유래한 말로 참고 견뎌야 한다는 ‘인토(忍土)’를 의미한다. 탐냄, 성냄, 어리석음이라는 삼독의 거센 회오리를 참아야 하고, 오온으로 비롯되는 온갖 고통을 참으며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생로병사의 냉혹한 법칙은 예외가 없어 모든 이를 죽음으로 이끌고야 만다. 매일 650여명이 죽어가고 있으며 자살로 세상을 등지는 사람들도 48분마다 한 명꼴로 잇따르는 게 우리 현실이다. 특히 얼마 전 한 유명 배우의 자살 이후 자살이 두 배 이상 급격히 늘었고, 그 이유로는 생활고, 카드 빚, 신병비관에서부터 이성친구와의 사소한 말다툼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

심한 상기병 앓다가 죽음 연구

“죽음에 대해 무지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현실의 괴로움을 피하겠다고 죽음을 선택하지만 그게 끝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힘든 일 괴로운 일 해결하지 못하면 다음 세상에는 수십 배 수백 배 더 비참하고 괴롭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사람 목숨 그저 받는 게 아닙니다. 수많은 공덕과 인연이 있어야 사막의 모래알보다 많은 중생들 중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는 윤회와 고통의 굴레를 더욱 칭칭 옭아매는 어리석은 행위일 뿐이지요.”

능인불교연구소 김기호(42. 경봉) 연구실장. 그는 사람들이 ‘죽음’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직면토록 하는 임사체험 전문가다. 죽음을 올바로 이해하도록 함으로써 죽음이 두려움이 아니라 행복한 삶의 밑거름인 동시에 내면의 평화로움을 이끌어내는 자양분임을 깨닫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02년 여름부터 그가 기획해 실시하고 있는 북한산 국녕사 임사체험 프로그램은 해를 거듭할수록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 실장은 참가자들의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시청각 자료를 활용한 강의, 유언장 쓰기, 저승사자를 따라 관속에 들어가는 의식, 탄생발원문 등 외국의 임사체험 프로그램과 『티베트 사자의 서』 내용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우리 현실에 맞도록 체계화시켰다.

죽음 체험을 수행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려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김 실장. 그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가 지나온 삶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광주가 고향인 그는 고등학교 때까지 줄곧 1등을 놓치지 않은 수재였다. 그리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기대대로 서울대학교에 무난히 입학했고 그곳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게 됐다.

늘 모범생이었던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 길을 부지런히 걸었다. 유일한 낙이라면 그저 기수련과 태극권을 하는 정도였다. 김 실장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곧 항공회사에 취직했다. 기획 분야를 담당하게 된 그는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이러한 경험은 그로 하여금 새로운 인생관을 꿈꾸도록 했다. 무조건 일류를 향해 달려왔던 지난날들, 그러나 자신이 정말 행복을 향해 제대로 가고 있는지 깊은 번민에 빠진 것이다. 때마침 상사와의 갈등은 10여 년간 수련으로 단련된 기운들을 한 순간에 머리로 솟구치게 했고 이후 그는 극심한 상기병에 시달려야 했다.

머리가 산산조각 나는 듯한 고통은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듯도 싶었다. 이 때 만난 게 『금강경』이다. ‘모든 현상은 꿈같고 허깨비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고 이슬 같으며 또한 번개와 같으니 응당 이러히 여겨볼지니라.(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라는 구절이 벼락을 맞은듯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참다운 인생의 성공은 돈과 명예에 있는 게 아니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눈과 깊은 바닷속 같이 흔들림 없는 마음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세계 각국의 죽음관도 연구

불교는 샤머니즘에 가깝다는 막연한 선입견을 떨쳐버리고 그는 불교를 깊이 배워볼 것을 결심했다. 이런 그가 찾은 곳이 바로 능인선원이다. 주변의 권유로 능인선원을 찾은 그는 이곳에서 불교가 자신이 체험한 어떤 수행보다 수승하며 사상적으로 깊이 있다는 확신을 했다. 그리고 경전을 읽으며 기존에 가졌던 온갖 번뇌와 욕심을 덜어내려 애썼다. 신기하게도 머리를 쥐어짜게 만들던 고통도 점차 스러지기 시작했고, 그는 사회복지를 제대로 공부해야겠다는 서원을 세웠다. 복지가 인간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라면 불교는 그 모든 것을 충족해 줄 수 있다는 깊은 확신에서였다.

1998년 여름 그는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김 실장은 그곳에서 각종 불교서적을 하나하나 탐독해 나갔고,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티베트불교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갔다. 특히 『사자의 서』를 읽으면서 티베트불교의 힘이 죽음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온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 때부터 그는 세계 여러 민족들이 어떻게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또 미국의 레이먼드 무디라는 의과대학 교수가 가사(假死)나 임사체험을 했던 사람들의 삶이 180도로 변해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생존시 할 일의 중요성에 대한 각성을 하는 계기가 되었음을 과학적으로 밝혔다는 것과 국제임사연구협의회라는 단체에서는 매년 각종 세미나와 사례집 및 연구서를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김 실장은 공부하는 틈틈이 각종 수행센터를 찾아다녔고 금강사라는 한국 사찰도 방문하게 됐다.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한 한국인 교수님의 권유로 한국에 돌아오게 됐고, 능인선원 지광 스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임사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었다. 김 실장은 이로 인해 학자의 길은 일단 접어야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임사체험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보는 게 큰 보람이다.

임사 프로그램 개발 - 보급

김 실장은 죽음을 끝이나 절망이 아님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기를 바란다. 12세기 페르시아의 시인 루미가 ‘나는 광물로 죽어서 식물이 되었고, 식물로 죽어 동물이 되었으며, 동물로 죽어서 인간이 되었노라. 내가 어찌하여 죽음을 두려워해야 하는가? 죽음으로써 낮아진 적이 있는가?’라고 노래했듯이 인간이란 죽음을 통해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되고 결국 깨달음에 이르는 존재라는 게 김 실장의 설명이다.

‘죽음이 있기에 희망도 있다’는 김 실장. 그에게서 옹달샘처럼 맑은 기운이 흘러넘치는 건 건강한 죽음을 꿈꾸고 차곡차곡 실현해가는 그의 아름다운 노력에서 비롯되고 있는 듯 싶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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