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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에 의지해[br]번뇌 내려놓고[br]‘無事人’되리라

기자명 법보신문

부산 無心禪院

<사진설명>무심선원을 찾은 대중이 김태완 설법을 경청하며 '계합'에 힘쓰고 있다.

“자기 마음 위에 이것을 보십시오. 언제나 이것뿐입니다.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야 말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그것이 화두공부입니다.”

「육조단경」 강의가 한창인 무심선원에는 20여명의 불자들이 김태완 원장의 설법에 몰입해 있었다. 김 원장은 “말끝에 생각을 일으키지 말고 한 글자, 한 글자에서 이뤄지는 마음을 보라”고 강조했다. 이 순간 누군가는 반야를 경험했으리라.

경전 계합에 초점

부산 남산동에 자리하고 있는 무심선원(원장 김태완)은 ‘일 없는 사람(無事人)’들이 함께하는 도량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번뇌 망상과 시비 분별의 일이 없는 사람, 아니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하는 수행인들이 함께하는 도량이다.

수행도량이지만 여느 도량과 달리 절이나 염불, 참선 등을 하지 않고 부처님 말씀이 담긴 경전을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경전공부는 단순한 독경과 뜻풀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김태완 원장이 경전을 방편삼아 설법을 설하고 있으며 대중은 이 설법을 통해 발심을 해 참문, 참구해 가는 것이다. 설법을 통해 화두를 참구하고 말끝에 몰록 깨닫는 조사선의 정형적인 모델을 기초로 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설명>김태완 원장

김태완 원장에 따르면 무심선원에서는 법회와 문답이 곧 참선이다. 그는 “설법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지만 꾸준히 듣고 또 들으면 삿된 견해가 사라지고 법의 실제를 맛볼 수 있게 된다”며 “지금까지 갖고 있던 모든 의문이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것이 무위의 공부이며 길 없는 길이라고 확언하고 있다.

무심선원은 작은 찻집에서 시작됐다. 무심선원 김태완 원장은 동국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대학원에서 불교철학을 전공했다. 대학원 시절 스승인 훈산 박홍영 거사를 만나 선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가 진전되면서 체득한 경험(계합)을 바탕으로 조사선을 연구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 원장은 『조사선의 실천과 사상』(장경각), 『서장 공부』(여시아문), 『선으로 읽는 금강경』(고요아침) 등의 저서를 펴냈다.

『선으로 읽는 금강경』을 한번쯤 손에 잡아 본 사람이라면 그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이는 것은 자명하다. 그의 글 속에는 예사롭지 않은 선지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의 글을 읽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찾아오기 시작해 2001년 12월 부산대학교 대학로에 있는 찻집에서 설법을 시작했다. 2002년 3월부터는 부산대학교 강의실을 빌려 설법을 했고 지금의 무심선원이 개원한 것은 같은 해 8월. 약 30평 남짓한 무심선원은 절반은 사무실로 사용하며 나머지 절반이 설법실이다. 단아한 거실을 연상시키는 설법실에는 불상을 따로 모시지 않는다. 다만 무심선원에서 법을 표현하는 이미지가 한쪽 벽면에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조사선 전형모델에 기초

무심선원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이 하나의 마음에 통달하여 막힘없이 사는 것’이다. 또한 설법이란 법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곧바로 가리키는 것이며 공부란 자기를 버리고, 선지식의 가르침을 믿고 의지하여 생각에 오염됨 없이 한 마디 말에서 바로 통하여 직접 체험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일없이 한가한 사람 ‘무사인’은 무심선원 불자들이 찾는 이상형이자 바로 자신인 것이다.

무심선원 무사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내면에서 나오는 의문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 끊임없이 배를 찾는 나그네였다. 기도, 참선을 비롯해 단학, 명상, 선무도 등 무심선원에 오기 전 해봤다는 수행방법도 다양하다. 그만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부인 임순희 씨와 함께 소식지 「무사인」을 만드는 심성일 씨(교사·37)는 “보수도 없고 시키지도 않는 일이지만 알고 싶었던 것이 해소되고 나니 선원에서 설법을 듣는 것이 생활이 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공부를 시작한 김천식 씨(공무원·36)는 “조사선이 이제 정리가 되면서 더 이상 주변을 기웃거리지 않게 됐다”며 “꾸준히 공부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길선(주부·63) 씨는 “예전과 지금의 생활은 다른 것이 전혀 없는데 과거에는 늘 괴롭고 힘들었다면 지금은 정말 날마다 기쁘다”며 스스로의 변화를 점검하기도 했다. 박영희 씨(자영업·41)는 “명상센터나 단학을 배웠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한계를 경험하게 됐다”며 “설법을 들으면서 순간순간 와 닿는 부분이 차츰 늘어나는 경험의 즐거움으로 살고 있다”고 밝혔다. 최홍석 씨(자영업·34)는 “10년 가까이 (법을) 찾아다니다 한계를 느끼고 포기하고 있을 때 1년 전 우연한 기회로 무심선원을 알게 되면서 정진의 원력이 더욱 돈독해졌다”고 밝혔다.

“설법은 마음 가르키는 것”

김태완 원장은 “마음이 무엇이냐는 질문과 동시에 답이 나오면 더 이상 찾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고 안정이 된다”며 반야를 확인하는 경지를 설명했다. “물결을 보면서도 물이 보여야 한다”는 김 원장은 “본래 마음은 청정하지만 스스로 붙들고 있던 분별망상에 너무 깊이 오염되어 있기 때문에 교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이 바로 공부”라며 “혼자서는 너무 힘들기 때문에 선지식과 도반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떤 떠들썩함도 없지만 결코 적막하지 않다. 마치 석가모니가 든 한 송이 꽃에 마하가섭이 미소를 지었듯이 ‘말’이 아닌 마음과 마음으로 무언가를 서로에게 전달하듯 설법 시간이 되자 조용한 열정이 무사인들 곳곳에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배움이 끊어진 할일 없는 도인은 망상도 없애지 않고 참됨도 구하지 않는다’(絶學無爲閑道人 不除妄想不求眞)는 증도가처럼 무사인들은 지금 자신을 비워가고 있다. 부산=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무심선원 프로그램

육조단경·서장 개설
개별 문답시간도 마련


현재 무심선원에서는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과 오후 7시 30분에 「반야심경」을, 수요일 오후 7시 30분에는 「육조단경」을, 목요일 오전 10시 30분에는 「선문염송」을, 토요일 오후 2시 30분부터는 「원오심요」와 「서장」을 교재로 법회가 열리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에는 법회의 형식을 떠나 개별 문답시간을 갖기도 한다. 다양한 조사어록을 바탕으로 법회를 열고있다. 그래서 시간, 요일, 참고서에 관계없이 무사인들은 시간이 닿는 대로 적게는 10명에서 보통 30명 정도가 법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태완 원장은 수원에 있는 서울경기불교문화원에서도 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마다 법회를 열고 있다.

그런데 무심선원은 한마디로 정말 무심하다. 일반 사찰에서 볼 수 있는 조직(?)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다. 선원의 벽에 걸린 용상방은 커녕 설법을 듣기 위해 선원에 오는 사람들조차 서로를 잘 모른다고 할 정도다.

무사인들은 법회가 있는 시간이면 조용히 선원을 찾아와 법문을 듣고 다시 조용히 자리를 떠날 뿐이다. 신도조직은 없지만 인터넷 홈페이지(www. mindfree.net)를 운영하고 매월 소식지「무사인」을 발간해 200여명의 독자들에게 발송하고 있다. 선원 운영금은 전적으로 자발적인 후원금과 김태완 원장의 강의 테이프로 충당하고 있다. 051)515-7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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