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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식과 길상사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5.03.30 13:00
  • 댓글 0

길상화 보살님 추모비 앞에서 감회 젖어

불화작가로서 불사와 관련된 일로 여러 사찰을 다녀 보지만 딱히 어떻다 하는 느낌보다는 주변의 산세와 도량의 규모, 주지스님의 인품 등에 관심과 조심성을 보이는 것은, 사는데 익숙한 재가불자로서의 방편이겠지만 불자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적인 사찰을, 기억에서 많이 만난 적은 없는 것 같다.

얼마 전 하얀 눈이 내리던 겨울의 끝자락에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를 불사(사찰의 건물을 짓는 일과 불상이나 탱화 등을 조성하는 일체의 행위)와 관련된 일로 찾은 적이 있는데, 주지스님과의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관계로 눈 덮인 사찰의 분위기에 빠져 여유도 부리고, 사찰에서 원하는 일정에 맞춰서 과연 제대로 진행이 될 것인지, 고민(?)하는 가운데, 한쪽 한적한 곳에 위치한 작은 비석이 눈에 들어 오길래 혹시나 해서 가만히 다가가보니, 역시 언제가 법정스님의 소개로 한번 인사를 드린 적이 있는 길상화보살님의 추모비가 그곳에 있었다.

물론 길상사와의 인연은 극락전에 탱화를 모셨던 인연으로 8여 년 전으로 올라가지만 보살님과의 만남이야 길었던 것도 아니고, 당시 법정 큰스님의 소개로 잠시 인사를 드린 기억이 있을 뿐이다.

보살님께 큰절을 올리고 항시 그러했던 것처럼 내숭 속에 앉아있는데, 오히려 절을 받으신 후 내가 살다보니 감히 이런 분한테(불모를 지칭한듯함) 절을 다 받고 하시면서 무척이나 자리를 어려워하시던 보살님의 엷은 미소가 겹쳐지면서, 잠시 상념에 빠져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지금의 지장전 불사의 인연과 대비가 되고 있다.

항시 절에 들르게 되면 보살님과의 짧은 인연이 무척이나 소중한 시간으로 다가오는 것은 재가불자로서 당신이 평생을 일궈온 소중한 터전을, 그것도 아무런 대가없이 이웃을 위해 행한 조건 없는 보시행을 기억하기 때문은 아닌가 한다.

지금의 주지스님(덕조스님)이나 길상사의 대중들 역시 믿음을 실천하는데 있어서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보는 사람이 편안하게끔, 재가불자들이 바라는 그러한 도량을 표시나지 않게 소리 없이 조용한 실천 속에 살림을 꾸리는 것을 보니 사부대중이 하나가 된 한국사찰의 대중포교에 있어 참으로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공간으로 보여 진다.

서울 도심의 눈 덮인 산사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그것도 서울에서 눈다운 눈을 보고 있노라니 돌아가신 분한테 조금은 죄송하고, 몇 년 동안 이렇게 많은 눈을 본적이 없었는데 올해는 뭔가 좋은 일이 있을라나 얼른 한 소원 빌고, 때맞춰 주지스님께서 들어 오시길래 반가운 마음에 자리를 뜰 수 있었지만, 눈 덮인 추모비가 그렇게 쓸쓸해 보인다거나, 외로워 보이진 않는다.

간단한 목례로 인사를 대신하면서 비록 보살님과의 만남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자리인지라 한편으론 반갑고 고맙다. 그래도 올 때마다 인사는 드려야 되겠구나 싶다.


불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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