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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수행 김시운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경전 쓰다보면 번뇌 절로 소멸
피 뽑아 쓰듯 한 사경 77점 전시


하룻밤 꿈으로 내 인생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불교경전이 어느 순간 내 삶의 전부로 다가온 것이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사경에 집중했다. 경전을 쓴다는 게 참으로 묘해서 언뜻 작은 글씨에 한 없이 답답할 것 같지만 실제 쓰면 쓸수록 환희심이 샘솟고는 했다. 거룩한 부처님의 말씀이 내 손끝에서 구현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속됨을 버려야 하는 사경의 세계는 한없이 광활해 보통의 노력으로 다가설 수 없는 아득하기만 한 경지였다. 나는 부처님께 끝도 없이 절했다. 나를 낮추고 낮추어 마침내 나조차 없어질 때 비로소 글씨가 성스러움 자체가 될 것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금강경』, 『반야심경』,『법화경』, 『아미타경』, 『관무량수경』 등 나는 피를 뽑아 글을 쓰는 마음가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경전을 읽고 쓰는 일과가 반복되면서 세월은 흘러갔다. 나는 사경을 하면서 신기한 일이나 가피를 많이 받았다.

그 중의 하나가 쥐 사건이다. 2000년쯤으로 기억한다. 화실에 쥐가 한 마리 들어왔다. 한창 소동이 일어났지만 끝내 내쫓지 못하고 화실 어디로 숨어버렸다. 며칠 동안 신경이 쓰였지만 나가겠지 하는 마음에 까맣게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한 반년 정도 지난 후였다. 내가 서예를 시작했을 때부터 썼던 작품들을 모아놓은 곳을 우연히 들여다보고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놈의 쥐가 온통 갉아먹고 여기저기 들쑤셔 놓은 것이었다. 난 절망했다. 어떻게 쓴 글들인데…. 그런데 잠시 후 나는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그 쥐가 불교경전만은 하나도 건드리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그것을 경전이 갖는 힘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또 한 번은 2002년 6월께 있었던 일이다. 당시 아내는 혈압이 180은 될 정도로 높았고, 당뇨 수치는 450선을 오르락내리락 했다. 행여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때 산삼을 먹으면 낫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나는 산삼관경 책 한권 사들고 산으로 올랐다. 인적이 그리 드문 산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참을 올라간 뒤 산삼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헤맸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책 그림과 비슷한 식물을 발견했다.

‘설마 산삼을 이렇게 쉽게 찾을 수 있을라고…’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꼼꼼히 확인해보니 산삼이 맞았다. 나는 정성껏 캐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60년이 넘은 산삼이었다. 너무나 신기했다. 아내는 산삼을 먹고 며칠 동안 잠만 자더니 얼마 뒤 병원에 가니 불치병 같던 고혈압과 당뇨가 완전히 정상이라고 했다. 늘 부족한 나를 도와준 아내에게 처음 보답을 한 것 같아 한없이 기뻤다. 이것이 부처님의 가피가 아니면 무엇이랴.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 1년에 한 번씩은 꼭 산삼을 캐는데 지금까지 열 뿌리쯤 캔 것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가피는 번뇌와 욕망에 끄달리지 않는 평온한 마음을 갖게 된 것이다. 사경을 시작하면서 헛된 욕심도, 화내는 일도, 다투는 일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의 서예생활, 그리고 10여 년간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완성한 사경작품을 오는 4월 6일부터 인사동 공평아트센터 1층에서 전시한다. 여기까지 이르도록 도와 준 사랑하는 아내를 비롯한 수많은 인연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한국사경예술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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