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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낙산사 복구 '불교방송합창단' 동행취재

"수마에 할퀸 상처 내 몸 닦듯 어루만졌죠"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뛰어 놀아야할 유치원 교실에는 곰팡이 악취가 진동했고, 원생들의 신발장과 옷장, 책상 등은 부서지거나 진흙이 말라붙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시 쓸 수 있는 가구가 있어도 복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았지요"

태풍 '루사'가 강원도 일대를 휩쓸고 지나간지 일주일째인 9월 9일 양양군 낙산사 유치원. 수소문 끝에 이곳을 찾아 수해현장에 도착한 불교방송합창단원 22명의 손길은 다급했다.

2∼3일 동안 물에 잠겼던 가구는 이미 비틀어지고 있어 제 짝을 맞추기 어려웠고, 곰팡이와 습기로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나마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들을 옮겨놓은 2층 법당에도 손질해야 할 가구들이 넘쳐날 듯 쌓여있었다. 9일 새벽 6시 서울을 출발해 유치원을 찾은 단원들은 실의에 빠져있는 유치원 관계자들을 위로할 틈도 없이 곧바로 수해복구작업에 들어갔다.

"무거운 가구에 긁혀 피부에는 온통 상처가 났습니다. 그래도 이대로 두었다간 아무 것도 건질 수 없다는 생각에 단원들의 손길은 쉴 틈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힘이 났죠."

김성남 합창단 회장은 "우리가 좀더 빨리 도착했더라면 더 많은 물건들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와중에도 김 회장의 손길은 한가지 물건이라도 더 건지기 위해 쉴 사이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유치원에 있던 대부분의 물건들을 그냥 버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홍구 낙산사 유치원 원장 스님은 먼길을 마다 않고 이곳을 찾은 단원들에게 '고마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복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참담한 수해 현장. 30도를 웃도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볕이 좋아 가구가 잘 마르겠다"는 단원들은 희망을 건지듯 유치원 구석구석에서 아이들의 물건을 찾아냈다. 법당 옆 진흙으로 뒤범벅된 놀이기구를 발견한 한 단원은 "이걸 그대로 버렸으면 평생 마음이 아플 것"이라고 말해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단원들은 어머니들만의 꼼꼼함을 유감 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하루종일 계속된 복구작업으로 법당 가득 쌓여 있던 가구, 완구, 책 등은 조금씩 제 모습을 찾아갔고, 볕 좋은 곳에서 보송보송하게 몸을 말리며 아이들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렸다.

구옥희 회장은 "이러한 수해가 두 번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되겠지만, 또 다시 이러한 수해가 재발한다면 좀더 빨리 수해복구작업에 동참할 것"이라며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눌 수 있어 보람됐다"고 말했다.



양양=김형섭 기자
hsk@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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