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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 김문주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금강경 독송할 때면 눈물이 ‘주르륵’
애착-탐욕 없애나가는 게 삶의 목표


사십대에 접어들면서 불교라는 종교를 만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에 소개돼 있는 불교대학을 찾아 등록을 하고 기초교리부터 배우고 난 후 2년간의 대학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경전 전문반에서 공부하고 있다.

경전 속에 시설되어 있는 깨달음에 이르는 길의 초입에서 만난 업설을 받아 지니면서 나는 비로소 나의 업을 생각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을 거듭해 오는 동안 쌓였을 업의 높이와 두께를 감히 짐작이나 해볼 수 있을까. 금생에 지은 업만도 얼마나 많은데….

사람으로 태어나 일생을 잘 살았는가, 못 살았는가의 여부는 이 세상에 올 때 가지고 온 업보다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지고 가는 업이 적으면 잘 사는 것이요, 많으면 잘 못산 것이라는 말씀이 죽비가 되어 나를 내리쳤다. 어떻게 살아야 이 세상을 떠날 때 가지고 갈 업을 줄여 조금이라도 가벼이 할 수 있을 것인가.

그와 같은 고민이 깊어질 무렵 기도생활을 오래 한 도반으로부터 참회기도와 금강경 독송을 권유받았다. 금강경을 해설해 놓은 책을 읽기도 했던 내가 정작 금강경 독송을 할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그 때부터 나는 무조건 도반이 권유하는 대로 금강경 독송을 하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사흘, 한 달, 두 달, 세 달…. 시간이 지나면서 금강경을 독송할 때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핑 돌며 목이 잠기는 일이 자주 반복되었다.

상(相)을 갖지 마라.
조그만 덕도 바로 드러내고 싶고, 선행을 하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이 앞질러 나타나는 일이 버릇처럼 되어 있는 나. 그 가르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오는 동안 풀 한 포기의 생명조차 키워낼 수 없을 만큼 메말라 있는 나의 마음속에 경전 안의 말씀들은 단비가 되어 촉촉이 젖어들었다.

무릇 이 세상에 있는 것 치고 시간적으로 영원한 것이 있는가. 공간적으로 고정불변한 것이 있는가. 모든 것은 변하고 변하므로 고정된 실체는 없는데 그런데도 나는 영원히 살 것 같은 생각, 나와 더불어 주위의 모든 것들도 항상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에 ‘나’라는 상(相)에 얼마나 강한 애착을 갖고 매달려 왔는지…. 이젠 그런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여유가 조금씩 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 비상 즉견여래(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

금강경을 독송할 때면 나는 2600년 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부처님과 수보리 존자가 문답을 나누시는 그 자리에 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론 지금 여기 나의 가까이에서 문답을 나누시는 것 같은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비록 착각일지라도 부처님의 육성이 생생히 들리는 것만 같은 그 순간 가슴 속에 차오르는 설렘과 기쁨을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느덧 삼년 째 해오고 있는 참회의 108배와 금강경 독송. ‘나’라는 상(相)에 강하게 들러붙어 있는 애착과 탐욕을 한 티끌만큼 씩이라도 떼어내어 업을 줄이고 내면을 정화할 수 있기를, 그래서 모든 것은 물거품과 같고 번개와 같고 이슬과 같음을 나 스스로 언젠가는 꼭 볼 수 있기를 지극한 마음으로 발원해본다.


주부·불교대학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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