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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죽어가는 사람의 일곱 번째 반응 : 희망의 사례

기자명 법보신문

절망한 순간 이미 죽은 목숨

위장, 췌장, 비장, 담낭을 모두 잃어버린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이런 생명의 불가사의를 몸으로 증명한 사람이 김상태 목사이다. 차마 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장기를 떼어내고도 그는 10년 넘게, 그것도 정상인 못지 않는 사회활동을 하면서 다시 얻은 생명을 값지게 쓰고 있다. 91년 가을 쯤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갔더니 위암 4기 3개월 시한부 생명이란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 후 수술보다 어렵다는 항암제 투여가 시작되었다. 차라리 죽는 게 보다 나을 것 같은 고통이 찾아왔지만, 그는 살겠다는 의지 하나로 모두 이겨냈다. 의사들은 지금도 그를 ‘기적을 일으킨 사람’이라고 일컫는다. 죽으로 시작한 식사는 이제 밥도 먹고 고기도 먹을 수 있다. 하루 식사를 8번으로 나눠먹고 3일에 한번 화장실에 가며 담낭을 제거한 뒤로는 평생 앉아서 자야한다. 음식물의 식도역류를 막아주는 유문 괄약근이 수술로 없어져 누우면 담즙이 식도로 역류하기 때문이다.

죽음에서 되살아난 그에게 ‘고귀한 생명’이란 말은 입에 발린 말이 아니었다.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성격도 바뀌었다. 92년 12월에는 ‘암을 이기는 이들의 모임’을 만들어 회장을 맡아 암환자를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매주 일요일에는 가난한 노인들에게 음식과 용돈을 나누어주며 봉사의 기쁨도 맛보고 있다. “암환자는 수술보다 수술 뒤의 고통이 더 크다.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 때문이다.

그때 삶을 포기해서는 결코 안된다. 암은 불치병이라고 사람들은 지레 겁먹는다. 그러니 병이 나을 턱이 없다. 암을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밝고 건강한 정신’이 필요하다. 암을 이기는 비법은 간단하다. 절망하지 않는 데 있다. 암을 이기려면 절대 안된다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암은 의사의 치료만으로 정복되는 병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의지 여하에 따라 죽음도 벗어날 수 있다.”

3개월 시한부 인생을 극복해낸 김상태씨와 이주명씨는 삶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 없다고 생각한 두 사람은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접지 않았다. 암에 걸렸다고 손을 들어버리면 암세포는 순식간에 몸 전체로 확산된다. 암을 불치병이라고 생각하니까 암을 이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누구든지 언젠가 죽을 테니까 죽을 때 죽더라도 자기생명을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암을 이기는 비결이라고 김상태씨는 말한다.
암뿐만 아니라 죽음도 마찬가지이다. 죽음을 견뎌내기 위해서도 밝고 건강한 정신이 요구된다. 암이 극복될 수 있는 것처럼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 수 있다. 대다수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맞이한다. 도대체 왜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를 알아서 그러는 것일까.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를 알고서 그런다면 다행이지만,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두려워하는 것이다. 아무 두려움 없이 밝은 미소 속에서 죽어간 사람도 있다.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닐 수 있다.

암을 이기는 비법이 바로 절망하지 않는데 있듯이, 죽음의 고통을 견디기 위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희망을 유지해야 한다. 말기 암환자가 자포자기하면, 암세포가 급속도로 온 몸에 퍼지는 것처럼, 죽음 앞에서 두려움과 불안의 감정에 굴복해 마음이 흔들릴수록 어둠은 순식간에 우리 존재 전체를 휘감는다. 더구나 죽음은 절망이 아니므로,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밝은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기환자가 죽는다고 절망한다면, 그는 바로 그 순간부터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죽음을 절망이라 여기는 것은 죽음의 수용이 바로 삶의 포기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평소에는 죽음에 무관심(?)한 척 하다가 죽는 순간에야 비로소 죽을 수밖에 없다고 자포자기하니까, 죽음의 수용은 삶의 포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더구나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죽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죽는 사람도 많다. 죽음준비가 바로 삶의 준비이듯이, 죽음의 수용은 삶의 포기이기는커녕 삶의 수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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