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기 - 파리 잡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 불서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2

"내생엔 좋은 몸으로" 천도하는 마음 갖길

"큰아들을 임신했을 때 남편이 쥐 일가족을 살생한 일이 마음에 걸립니다. 장애가 있을 때에는 아무래도 그 살생의 업보가 아닌가 싶어서요.…" 무위심.

한 사찰의 인터넷 신행상담 게시판에 올라 있는 이 글은 생활 속에서 피치 못하게 저지르는 '살생'에 대한 재가불자들의 고민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파리, 모기, 바퀴벌레 등 갖가지 해충과 쥐 등 온갖 전염병을 옮기는 동물들.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마땅히 '박멸'해야할 대상이지만 '불살생'을 첫 번째 계로 삼고 있는 불자들에게는 '살생'이라는 행동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피치 못할 살생. 이 화두를 불자들은 어떻게 뛰어 넘을 수 있을까.



『열반경』에는 '오계'의 살생부분과 관련된 흥미로운 내용이 실려 있다. 부처님이 과거세에 '유덕'이라는 이름의 국왕으로 살 때, 질이 나쁜 비구들이 진심(嗔心. 성내는 마음)을 일으켜 칼과 몽둥이 등의 흉기를 갖고 덕이 높은 선지식을 해치려 하였다. 이에 왕은 정법을 보호하기 위해 오계를 버리고 나쁜 비구들과 싸움을 하게 되었다. 왕은 나쁜 비구들을 물리치고 선지식을 구했지만 왕 또한 몸에 상처를 입고 곧 죽게 되었다. 왕은 부동불국에 태어나서 부처님의 제일 큰 수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부처님이 정반왕의 청으로 설하신 『불설우바새오계상경』에도 살생과 관련된 내용이 보인다. 이 경을 살펴보면 "…만약에 짐승을 죽이려고 구덩이를 만들었다가 짐승이 죽으면 이는 하급죄이니 뉘우칠 수 있다.…"고 하셨다.



"서산대사도 '칼' 들어"

두 경전이 설해진 배경은 조금 틀리지만 둘 다 불살생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열반경』은 계를 지키는데 있어 처한 상황에 따라 계를 지키고 혹은 범하는 것을 마치 문을 열고 닫듯이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우학 영남불교대학 관음사 회주 스님은 '서산대사의 승병'을 예로 들며 '적절한 적용'을 강조했다. 스님은 "서산대사가 임진왜란을 맞아 승병을 일으켜 싸운 것처럼 더 많은 사람들의 무고한 죽음을 막기 위한 방편이라면 이 것은 넓은 의미의 불살생계 실천으로 볼 수 있다"며 "살생이라는 행위자체 보다는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충이나 위험한 짐승을 죽이는 이유는 그것들로 인해 나는 물론 주변의 다른 사람들까지도 무고하게 피해를 볼 수 있기 대문이라는 점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는 것. 스님은 "해충보다는 나와 지중한 인연을 맺고 있는 사람들을 위하고, 그들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측면에서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노혜광 새세계 불교대학 법사는 "해충이나 짐승들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좋은 몸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할 것"을 권했다. 불살생계는 생명을 죽이지 말라는 것이 일차적인 의미와 함께 넓게는 생명을 살리는 일에 힘쓰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 인간에게 병을 옮기는 해충을 죽이는 것은 다른 생명을 살리는 일인 동시에 해충과 짐승들에게 보다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몸으로 태어나도록 인연을 맺어주는 일이 된다는 설명이다.

노 법사는 "해충이라도 미워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갖지 말고 이 생명이 더 좋은 몸을 받을 수 있도록 기도해주는 마음 자세를 갖는다면 불살생계를 지키는 재가불자의 자세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해원결 진언 외우기

그러나 아무리 피치 못할 살생이라도 여전히 그 자책감이 덜어지지 않는 재가불자에게 우학 스님은 두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가급적 잔인한 방법을 쓰지 말고, 둘째 원수의 인연을 맺지 않도록 해원결(解怨結)진언을 외우는 것. 맺힌 원한을 푸는 해원결 진언은 '옴 삼다락 가닥 사바하'로 천도재를 지낼 때 스님들이 반드시 외우는 진언이라고.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