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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립학교의 건학이념과 종교 교육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5.05.04 15:00
  • 댓글 0
원인 스님
영주 대승사 주지

교육의 근본 이념은 ‘홍익인간’이라 할 수 있으며 그러한 이념 위에서만이 바른 교육을 추구할 수 있다. 만일 건학 이념이 교육의 근본 이념을 우선하지 않고 특정 종교의 정신이나 한 개인의 특별한 목적을 우선해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홍익인간이 아니라 홍익종교요, 홍익사심이 되어 사회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게 할 뿐이다.

지난 시절 국가의 재정이 빈약해 우후죽순처럼 세워지기 시작한 사립학교법인의 학교들은 우리의 전통 교육과 동양적 가치, 교육의 근본 이념에 뿌리를 두지 않아 교육의 본질을 왜곡하고 사회적인 갈등과 모순을 불러 일으키기도한다. 모든 사립, 종립 학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가 날로 심각해져 이젠 교육의 백년대계를 염려해 불합리한 점을 하루 빨리 고치지 않으면 안될 정도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무엇보다 모든 사립, 종립 학교의 교육을 공적인 제도의 틀에 맞게 개선하고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사재를 출자하여 설립하면 사립이고 종교 단체가 학교를 세우면 종립이 되는 현실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교육의 근본 이념을 우선시 하기보다는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종교를 강요하거나 개인의 목적을 학교에 강요하는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지난해 기독교계에서 설립한 학교에 다니던 강의석 군의 단식 투쟁을 통해 기독교계 학교의 경우 특히 종교 강요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러한 현실을 볼 때 종립 또는 사립 학교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교육의 정도를 구현할 수 없다 하겠다. 우리나라의 종립 또는 사립 학교 중 설립자의 종교적인 성향에 따라 왜곡된 교육을 일삼는 곳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종교계 학교의 경우 학교 설립 목적을 선교나 포교에 두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그릇된 건학 이념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므로 교육의 정도를 지향하기 위해 종립 또는 사립 학교의 교육을 나라에서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하고 공정한 교육과 편견 없는 교육을 시행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종립학교라고 해서 포교와 선교를 우선한다면 그것은 집단적인 이기와 종교적인 이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세상의 평화와 행복은 그 어떤 종파나 종교 사상에 집착하여 그것만 옳다고 주장하는 곳에 있지 않다. 종교 교육은 대학교의 종교학과와 불교대학, 신학대학에서 전문적으로 가르치면 될 일이다.

삼악(세 가지 나쁜) 이기주의란 말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개인 이기주의와 종교 이기주의, 국가 이기주의(국수주의)이다. 우리는 종종 종교인은 물론 정치인, 공무원, 교육자에 이르기까지 종교 이기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학교에서 특정 종교 교육을 강요하는 행위는 분명 종교 이기주의이다. 종교의 좋은 말을 빌려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를 맹신하도록 유도하고 종교 이기주의에 이용하는 행위는 매우 사악한 죄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조계종의 스님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으로 기억한다. 사학 설립자들의 운영권을 박탈하고 사학의 자주성과 특수성을 죽이는 일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그릇된 시각이다. 개인이든 특정 종교든 간에 그 누가 학교를 세웠던 교육의 내용 만큼은 공립화 되어야 하며 그 관리 또한 국가에서 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 데 만일 사립과 종립에 집착하여 기득권과 포교, 선교의 차원에서 건학 이념만을 앞세운다면 그것이 바로 종교 이기주의를 바탕에 둔 교육으로, 세상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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