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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파사나 수행 방춘배 씨 하

기자명 법보신문
서른 살에 대학졸업후 미얀마행
몸-마음 관찰로 ‘자의식’ 깨달아


서른 살 여름, 10년 만에 늦은 대학 졸업을 한 나는 더 이상 학생도 사회인도 아닌 경계에서 방황하고 있었다. 가족들의 기대도 선후배들의 바람도 모두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아침이 오는 것이 두렵고 불안했다. 점점 사람들을 만날 자신이 없어 골방으로 골방으로 몸과 마음을 숨겨갔다.

마침 주말 위파사나 수행을 함께 다니던 친구가 미얀마에 먼저 갔고 이내 나를 불렀다. “모든 것을 잠시 멈추고 지금 수행을 해 보자. 그리고 미래는 그 다음에 결정해도 된다”는 말과 함께. 나는 동의했다. 그동안 수행은 나중에 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더 이상 내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던 삶의 전환점이 용기를 내어 한 발 다가가자 거대한 산처럼 나타났다. 친구의 용기와 도움에 힘입어 무작정 미얀마행 비행기를 탔고 도착한 명상센터에서는 계를 받고 비구가 될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나를 ‘어떤 사람’이라 규정하지 않았고 내가 원하지 않는 ‘어떤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명상센터에서의 아침은 세상에 태어나 경험해보지 못한 순백의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하루 동안 온전히 몸과 마음을 관찰하는 명상센터의 프로그램은 무척이나 어려웠는데 처음엔 좌선하는 자세에 익숙지 못해서 생기는 몸의 통증과 오후불식의 계율, 수없이 일어나는 잡념들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마음은 한없이 편해지고 싶어 서있으면 앉으라고 속삭였고 앉으면 침대에 누우라고 유혹했다. 점심을 먹으면서도 오후에 굶어야 하니 많이많이 먹으라고 부추겼다.

결국 어디에 있는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알아야 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일어났을 때 위파사나 수행은 다시 한 번 새롭게 다가왔다.

외부의 무엇이 아닌 내 몸과 마음을 대상으로 관찰하는 위파사나 수행은 나를 알기위한 매우 유용한 방법이었다. 명상센터의 큰스님은 사람이 일어서는 행동에 대해 “마음이 일어서고 싶어서 몸이 일어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몸과 마음, 그 몸과 마음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관찰하다보니 자신을 오랫동안 괴롭혀왔던 자의식의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거칠게나마 마음이 일어나고 그것이 다시 어떤 마음으로 연결돼 결과로 나타나는지를 관찰하고,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거리를 두고 어떤 판단을 하지 않았을 때 과거와 같은 괴로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문제는 오랫동안 길들여진 마음의 습관인데 센터에서의 수행은 미약하나마 이러한 습관에 거부할 수 있는 마음의 힘과 관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었다.

또 길지 않은 시간동안 센터에 머물면서 그동안의 삶을 되돌아보았고 결과로서 나타난 내가 가진 부정적인 마음들의 원인을 살펴보았다. 내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왔던 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을 이해할 수 있었고 할 일이 많이 있음을 알았다.

“수행은 마음이 시키는 것과 반대로 하는 것이다” 수행을 지도해 주시던 스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다. 지금의 이 마음이 탐심인지, 또는 진심인지 아닌지를 관찰하는 것. 오늘도 내가 하고 있는 작은 수행이다.

남양주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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