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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주제-뻔한 결론…용두사미 논문 ‘눈살’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5.05.30 14:00
  • 댓글 0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학술세미나

‘선사는 동물 생명존중’… “당연한 내용 불과”지적

 

‘선사(禪師)들은 동물을 불성이 있는 존재로 봤다.’ ‘동물은 선사들에게 삶의 반려자이고 도반이었다.’

지난 5월 26일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개최한 학술세미나에서 발표된 한 논문의 결론이다.

모든 중생이 부처가 될 수 있음을 믿고 따르는 불자들이라면 이 같은 주장은 지극히 당연하다. 비둘기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아끼지 않았던 부처님의 전생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선사들 역시 동물의 생명을 존중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날 발표된 논문들은 뻔한 결론을 설정해놓고 윤리나 계율, 선에서 그 근거들을 나열한 것에 그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이날 한 발표자는 『조당집』,『조주록』 등 선전(禪典)에 나타난 선사들과 동물과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선사들은 동물들을 수행의 도반으로, 불성을 지닌 존재로 봤으며 그들의 생명을 존엄하게 여겼다”며 “이는 선사들이 동물들도 인간과 동등한 도덕적 지위가 있다고 본 것”이라고 끝맺었다. 누가 보더라도 반론의 여지가 없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다. 불살생을 도덕적 가치의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게 불교인 까닭이다.

「선사들의 삶을 통해 본 동물들의 도덕적 지위」라는 그의 논문은 ‘선사들과 동물의 관계’라는 선행 연구가 없었던 탓에 이번 세미나에 앞서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비교적 계율에서 자유로웠던 선사들은 동물에 대한 견해에 있어서도 독특한 견해나 색다른 특수성이 있을 것이라는 관심 때문이었다. 실제 『벽암록』에는 고양이를 두고 다투는 수좌들 앞에서 남전선사가 고양이의 목을 치는 얘기가 나오고, 조주선사는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그 상징성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초기불교나 선을 제외한 다른 대승불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파격적인 행위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 까닭에 선사들이 불교의 생명관 및 불성관에 반하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으면서까지 추구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는 많은 불자들이 가져왔던 궁금증이었다. 여기에 이 논문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긴 것은 발표자가 지난해 환경문제를 선적 관점에서 접근한 참신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발표자는 ‘선사들은 동물에게도 동등한 도덕적 지위를 부여했다’는 보편적인 결론을 설정한 상태에서 구미에 맞는 자료들만 찾아 논증 자료로 열거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선전에 보면 선사들이 동물들을 좋게 본 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다. 이번 논문은 이런 부분을 간과한 채 자신의 주장에 맞는 특정 부분만 골라 쓴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 논자의 평에서도 찾을 수 있다.

모든 논문이 새로운 주장을 담아낼 수는 없다. 그러나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특정 주제와 관련된 기존 자료를 치밀하게 분석, 연구, 검증을 통해 자신이 갖는 독창적인 견해를 밝혀야만 한다. 이번 논문들에 굳이 ‘흠집내기’를 하는 것도 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진지하고도 치열한 고민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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