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영 칼럼 - 탈북자 지원 서두르자
연기영 칼럼 - 탈북자 지원 서두르자
  • 법보신문
  • 승인 2004.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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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4·19 혁명직후 북한은 남한에 기계제작·강철·광업·화학·전력 등의 분야를 원조하겠다는 제의까지 해왔다. 그러나 당시 장면 총리는 그러한 제의를 강하게 거부한 일이 있었다. 그 당시의 북한 경제는 상당히 탄탄하게 성장해 가고 있었음을 상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북한은 남한에 비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총체적으로 낙후되어 있음이 사실이다. 수백만 명이 굶어 죽는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며,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죽음을 각오한 탈북사태가 빈번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입국한 탈북자 수는 583명으로 2000년도에 비해 두 배이며, 매년 그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자칫 압록강-두만강 국경에 배치된 군인들의 기강이 휘청하는 날이면, 일시에 대량 탈북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독을 향한 동독인들의 대량탈출이 결국 동독정권의 붕괴를 가져왔듯이, 한반도에서도 그렇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지 않지 않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탈북자 발생에 대해 ‘체제붕괴의 위험신호’로 간주하고 조-중 국경지대를 ‘전쟁지대’로 선포한 후 국경선 경비를 전담하는 특수부대(제10군단)까지 창설했다고 한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중국으로 탈출한 탈북자의 숫자는 무려 20∼3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정부는 북한과의 전통적인 외교관계 때문에 ‘탈북자는 단순한 불법 월경자(越境者)’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탈북자의 난민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지만, 우리 정부측에서는 햇볕정책에 따른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문제 등 남북관계의 발전을 의식해서인지 제3국에 있는 수많은 탈북자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의 공민증을 소지한 북한주민은 대한민국의 국민과 동일한 지위를 갖는다”고 한 대법원의 판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중국을 떠도는 탈북자들도 분명히 우리나라의 국민이다. 따라서 우리정부는 중국 내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국제법상의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중국 내 한국의 외교공관으로 들어오는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임시여행증명서’ 등 여권에 가름하는 신분증명서를 발급하여 본인들의 뜻대로 남한입국을 주선할 권한과 책임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탈북자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사업은 극히 미온적이며, 중국 내 탈북자의 ‘난민지위 확보’에 대해서는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로 미루어보아, 지금 북한 내의 심각한 인권상황과 중국 내 탈북자 문제에 대한 정부차원에서의 문제제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탈북자 문제는 시민운동단체와 종교단체에서 큰 관심을 갖고 애쓰고 있으며, 지금까지 민간단체들의 탈북자 지원사업은 많은 성과를 거두어 왔다. 그런데 종교단체의 탈북자 지원 사업은 안타깝게도 주로 기독교 선교활동의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다. 불교계의 탈북자 지원활동은 ‘제이 티 에스’와 ‘평불협’을 제외하고는 거의 무관심한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정진도 중요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중생을 제도하는 일 또한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탈북자 구호사업이야 말로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구현하는 중요한 불사임에 틀림이 없다.

지난해 6월 입국한 장길수씨 일가족 7명에 이어 금년 3월 중순 북경 주재 스페인 대사관으로 진입했다가 남한행에 성공한 6가족 25명의 탈북 동포들에 대해서도 불교계의 관심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탈북자뿐만 아니라 고난에 처한 북한 동포들에 대한 구호사업을 위해서도 불교계가 발벗고 나서야 할 때이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하루속히 탈북자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사업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펼칠 수 있는 범불교적인 ‘연대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 기구를 통해 기금을 모으고, 탈북자 지원불사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아감으로써 부처님의 가르침을 더 넓고 깊게 전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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