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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천태산(天台山)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6세기 선배 스님들은 걸어서 참배
버스타고 순례해도 그 감격은 여전해


나는 어려서부터 중국 절강성(浙江省)에 있는 천태산에 꼭 가보고 싶었다. 6세기 수나라때 지의 스님에 의해 개산(開山)된 이래 천태산은 수많은 중국 큰스님들과 한국· 일본 스님들의 참배가 끊이지 않았던 곳이다. 중국 천태종의 모태가 되는 국청사(國淸寺)가 바로 천태산에 있으며 동아시아 오백 나한 신앙이 바로 천태산에서 비롯되었다. 언제쯤 가봐야 할텐데 하고 마음만 조리고 있다가 천태산에서 학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때다 싶어 나는 지난주 항주를 거쳐 천태산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 안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천태산을 가기 위해 선배 스님들은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아주 어렵게 천태산에 가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들에 비해 나는 잘 닦인 고속도로를 타고 단 몇 시간만에 천태산에 도착할 것을 생각하니 조금은 죄송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막상 차가 천태산 입구에 도착하니 그 선배 스님들 못지 않게 내 가슴도 쿵쾅쿵쾅 뛰면서 감격스럽기 그지없었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국청사로 향했다. 천년이 훨씬 넘은 고찰(古刹)답게 국청사는 웅장함과 섬세한 아름다움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황색 담을 타고 촘촘히 작은 돌들로 단장된 길을 따라 법당 안으로 들어가니 웅장한 부처님과 18 나한님들이 순례자를 맞이하신다. 이 도량은 고려때 대각국사 의천(義天) 스님을 비롯해 일본 천태종 창시자 사이초(最澄) 스님 등이 수학하고 가셨던 곳이다. 한때 국청사에는 한국에서 온 승려들의 수가 많아 신라원(新羅院)을 따로 두었을 정도라고 한다.

다음날 오후 학회 세미나가 없는 시간을 틈타 천태산 중턱 위로 올라가 보았다. 먼저 오백 나한님들이 거주하신다는 석량(石梁)폭포로 향했다. 책에서 보았던 왜소한 모습과 달리 폭포는 대략 건물 10층 높이의 장관이었다. 폭포 위로 인공이 아닌 천연 돌다리가 만들어져 있는데 오직 신심이 깊은 불자들만이 그 다리를 건널 수 있다 한다. 4세기 담현(曇猷) 스님이 그 다리 저편에서 오백 나한님들을 처음 알현하셨다고 한다. 눈을 감고 나 자신의 신심이 부족함을 자책하면서 나한님들께 존경과 그리운 마음을 전했다.

다음으로 차를 타고 20분을 더 올라 만년사(萬年寺)에 도착했다. 국청사에 비해 인적이 드문 만년사는 신라 승려 도육(道育) 스님이 사셨던 곳이기도 하다. 평생 중국어를 못 하셨지만 항상 자애로우시고 몸에서 진주 같은 사리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주시기도 했던 신통있는 스님이셨다고 한다.

만년사를 거닐다 우연히 어떤 어린 스님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승려된지 1년 반 되셨다는 그 분은 현재 만년사 불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계셨다. 성품이 고요하신 분이었는데 갑자기 나에게 불법을 한 수 배워보고 싶다며 3배를 해 나를 당혹시키기도 했다. 그 스님의 눈에는 문화대혁명 이후 세속화된 중국인의 모습이 아닌 당송시대 선배 스님들이 가지셨던 깨달음으로 향한 신심의 눈빛이 비치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 어린 스님을 생각하니 중국 불교 미래가 그리 어두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태산을 다녀오니 다른 곳도 가보고 싶어진다. 다음 주에는 걸망 메고 휙하니 사천성으로 떠나볼까 한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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