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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죽는 법’ 학문으로 정립한다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05.06.16 09:00
  • 댓글 0
종교-의학-복지 전공학자 ‘한국죽음학회’ 결성
죽음 관한 부정 인식 탈피…‘Well-Ending’모색


<사진설명>지난 6월 4일 한국죽음학회는 이화여대에서 창립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우리가 아무리 부인하고 싶더라도 죽음은 누구나 맞이할 수밖에 없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죽음을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자율적인 자아를 형성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죽음이 무엇이고, 어떻게 받아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론적 담론을 만드는 것은 현대인들의 요구인 것이다.”

종교학-의학-인류학-사회복지학 분야의 전공학자들이 지난 6월 4일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죽음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학문적으로 정립하기 위한 ‘한국죽음학회(회장 최준식)’ 결성, 첫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그 동안 ‘밝은 죽음을 준비하는 포럼’ 등 죽음을 주제로 몇몇 모임이 결성된 바 있지만, 정식 학회 이름으로 모임이 결성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죽음학’이라는 용어조차 생소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죽음이 무엇이고,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이론 정립을 위해 결성된 죽음학회는 그 시작부터 사회적 관심을 받았다. 더욱이 의학기술의 발달로 안락사 등 생명윤리 논쟁과 함께, 자살이 심각한 현실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철학-종교-의료-복지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실 문제를 진단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이번 학술대회는 주목받았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본격적인 죽음학 정립에 앞서, 죽음학이 왜 필요하며, 우리 사회에서 죽음이란 무엇인지, 의학적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진행됐다.

‘죽음에 관한 학문적 접근, 왜? 어떻게?’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선 한림대 정진홍 특임 교수는 “죽음학을 정립하려는 것은 죽음을 분명한 인식의 객체로 정의하려는 것도, 죽음 현상을 의학적으로 기술하려는 것도, 죽음의 사회학을 말하려는 것도, 죽음에 대한 실존적 고백을 다듬어 간직하려는 것도 아니다”라며 “그것은 죽음을 감당할 수 있는 개개인의 실존적 성숙이 이뤄지면서 묘연한 죽음의 행방을 자기 삶의 자리 안에, 우리 공동체의 삶의 자리 안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화나 말기암 등으로 죽음이 임박했을 때 인공호흡기나 심폐소생술 등으로 연명을 위한 의학적 치료를 하기보다는 ‘임종’이라는 독립된 진단을 내려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과장은 “명백히 죽어 가는 말기 환자에게 연명을 위한 치료를 계속하는 것은 오히려 환자에서 고통을 가중시키는 것이며 품위 있게 죽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또 죽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이제는 잘 죽는법(Well-Ending)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화여대 최준식 교수는 “한국인들은 수천 년간 내세보다는 현세를 중시하는 의식 때문에 죽음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제 한국인들도 ‘잘 사는 것(Well-Being)’ 못지 않게 ‘잘 죽는 법(Well-Ending)’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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