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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사원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티베탄 부자 절하며 오는 모습에
걸어가던 나는 너무나 부끄러웠다

중국 남서쪽의 사천성 (四川省)에서 북서쪽 감수 지역(甘據省)으로 연결되는 도로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해발 3000m가 넘는 이 지역은 한 여름에도 눈 덮인 설산을 볼 수가 있고 그 높은 산을 어렵사리 넘으면 끝도 없이 펼쳐진 대초원과 마주치게 된다. 그 초원의 한 가운데를 중국 문명의 시작인 황하강 상류 물줄기가 좌로 우로 돌면서 흐르고 있고 간간히 말을 타고 양이나 야크떼를 몰고 다니는 티베트인들을 만나게 된다. 바로 이 곳이 중화 문명권의 마지막 서쪽 변경 지역이자 티베트 문화와 회족(이슬람교를 믿는 중국인 소수 민족) 문화가 시작되는 동쪽 가장 자리 지역이기도 하다.


티베트 불교를 전공하는 도반의 도움을 받아 나는 티베트 암도 지역에서 가장 큰 절 중에 하나인 라브랑 사원(Labrang Lamasery)을 향해 이렇게 길을 떠났다. 일년 내내 북경에서 한족(漢族) 문화 위주로만 공부만을 해서 그런지 나는 중국의 다른 모습이 보고 싶어졌고 그래서 길을 떠나 이곳 서쪽까지 왔다. 라브랑 사원이 있는 씨아허(夏河)라는 마을에 도착할 즈음되자 연녹색 초원과 파란 하늘 색 사이로 검붉은색 승복을 입은 티베트 승려들의 모습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티베트 스님들에게 물어물어 라브랑 사원 입구에 도착해 보니 그 어마어마한 규모가 먼저 사람들을 압도했다. 문화혁명 전에는 3200명이 넘는 승려들이 이 곳에서 공부했다는데 현재는 중국 정부에 의해 1000명으로 승려수가 제한되고 있었다. 겔룩파(Dge-lugs-pa)의 잠양 (Jamyang) 린포체께서 1709년에 처음 세우셨다는 라브랑 사원은 승려 교육을 위해 여섯 군데의 불교 대학이 세워져 있고 48개의 불전(佛殿)과 500칸이 넘는 승방, 6만5000가지 불교 경전과 금은동으로 만들어진 불상만 1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티베트 스님께 물어 보니 대개 중학교 다닐 만한 나이에 절에 들어와 18살이 되면 정식 승려가 되어 6가지 대학중 하나를 선택해서 13학년으로 나뉘어진 체계 안에서 약 15년 동안 공부를 한다고 한다. 공부는 경전 공부와 암송, 토론 위주로 공부가 진행이 되고 6가지 대학중 하나인 불교철학대학에서는 불교 논리, 반야부 경전, 空 사상, 아비달마, 율장 등이 기본 뼈대를 이루는 공부라 한다. 13학년 동안의 공부를 다 마치게 되면 무척 어려운 마지막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아침 예불에 참석해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새벽 5시 반에 오라 했다. 다음 날 아침 부슬비가 촉촉히 내리고 있었다. 티베트 밀교답게 승려들의 굵은 만트라 소리와 장엄한 예식 속에서 예불을 올리고 절을 나와 보니 멀리서 온 티베트 순례자들이 사원을 향해 절을 하면서 오고 있었다.


한동안 제대로 씻지 못해 얼굴과 옷이 흙으로 가득했지만 그들의 눈에서는 깊은 심신의 빛이 불타고 있었다.
비가 주룩 주룩 내리는데도 어느 나이든 거사는 아들과 함께 사원을 향해 절을 하면서 오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우산을 들고 마냥 걷고 있는 내 손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 이렇게 간절히 이렇게 절실하게 부처님을 믿는 티베트인들을 보면서 정말로 티베트 문화는 중국 한족(漢族)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와 참으로 다르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었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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