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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일미다선-4

기자명 법보신문

무미(無味)의 한가지 맛

차맛의 변화를 알게 되면 이제 관(觀, 心眼)하기 시작합니다. 눈을 감고도 대상이 보인다면 관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숙달이 되면 눈을 감지 않고도 차맛의 변화를 알게 됩니다.

이때 관(觀)의 대상은 ‘차맛의 다양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변화를 알면 변화 속에 변화 없음도 알게 되며, 관(觀)속에서 지(止)하는 것이니 삼매 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일체 생각을 버리고 그 버렸다는 생각마저 없어야 비로소 무미(無味)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차맛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은 차맛이라는 이미지를 꿰뚫는 첫걸음입니다. 맛이라는 가상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즉 차맛이라는 대상은 마음인 동시에 이미지로서, 차맛의 변화를 알아차리면 차맛이라는 고정된 이미지가 파괴되면서 차의 본성인 무미(無味)에 도달하게 됩니다.

앞에서 차맛에 대한 고정된 생각이 좋고 싫음과 같은 분별을 낳는다고 했습니다. 차맛이 변화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아차리면 이러한 고정된 이미지가 사라지면서, 자타 주객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이때 비로소 차맛 자체만이 오롯이 남습니다. 이것이 무미(無味)의 경지입니다. 무미란 차맛 자체가 없어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차맛의 본질이 실체가 없는 무자성(無自性)이므로 고정된 고유의 차맛이란 없다는 뜻입니다.

무미의 한가지 맛(一味)이란 비유하면 바다 물이 다 한 맛으로 짜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차(茶)수행을 하거나 선(禪)수행을 하게 되면, 마치 여러 줄기의 강물이 모두 바다에 이르면 하나의 짠맛이 되는 것처럼, 차와 선이 둘이 아닌 한 맛임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다선일미(茶禪一味)라고 한 것입니다.

선가(禪家)에서는 순일무잡의 가장 뛰어난 선, 즉 돈오증입(頓悟證入)의 선으로 조사선(祖師禪)을 일미선(一味禪)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무미의 일미의 경지에 이르는 방법은 단지 차맛 변화를 감지하는 것입니다. 주의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분별해 낼 수 없는 미세한 향, 미세한 맛까지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혀의 어느 부분에서 어떤 맛이 느껴지며 목구멍을 통해서 넘어갈 때의 온도 변화까지도 감지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차를 마시면서 수행을 하게 되면 나중에는 뱃속에서 올라오는 차의 향까지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온몸의 변하는 상태를 거울 보듯이 알게 됩니다. 이것이 관수행의 효과입니다. 처음에는 잘되지 않겠지만 꾸준히 하다보면 차맛이 결코 차 맛에서 끝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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