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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마음의 병 다스리는[br]최고의 치료 시스템이죠

기자명 법보신문
수행 프로그램 개발 지도하는
전 현 수 신경정신과 전문의


인류사상 최고의 마음치료사였던 부처님. 그 분의 가르침을 이용해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을 치료하겠다는게 전 원장의 꿈이다. 환자를 돌보면서 각종 명상프로그램을 개발·지도하고, 범어와 팔리어 스터디, 영문불서읽기, 거기에 ‘불교와 정신치료 연구회’를 꾸려 이끌고 있는 그의 초인적인 성실함이 그의 서원을 하루하루 영글게 하고 있다.

1985년 6월 결혼을 앞둔 전현수 신경정신과 원장은 신부의 대학원 스승인 고익진 교수를 찾았다. 처음 의례적인 면식으로 생각했던 그는 고 교수와 대화를 시작되면서 곧 그런 생각을 접고 말았다. 깡마른 체구에 검은 뿔테 안경, 그 너머로 한없이 맑고 깊은 눈.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불교학자라기보다 수행자로서의 깊은 안목이 번뜩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한 때 절에서 생활하기도 했고 의과대학 재학시절 내내 불교학생회에서 활동했건만, 마음 깊은 곳에서 무상, 무아, 고 등 불교의 기본 가르침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았던 전 원장. 그런데 고 교수와의 이날 대화는 그를 심오한 불교의 세계로 이끌었고, 불교란 인간의 고통을 해결하는 탁월한 치료 시스템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85년 고익진 교수 만나며 수행 시작

전 원장이 평생 불교와 정신치료의 통합에 천착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이 때부터다. ‘온갖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방법을 밝힌 불교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바꾸기만 해도 훌륭한 정신치료 기법이 될 것’이라는 고 교수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전 원장은 이를 계기로 아함, 반야, 법화 사상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매일매일 좌선도 빠뜨리지 않았다. 불교를 알면 알수록 인간의 마음을 어찌 이리도 깊이 통찰할 수 있을까 하는 감탄과 어떻게 이를 현대적인 치료기법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몰두했다. 또 수행을 통해 자신의 고통뿐 아니라 환자들의 고통도 이해해 치료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쩍쩍 갈라진 논이 단비를 빨아들이듯 그는 고 교수를 스승 삼아 불교를 익혀갔다. 군복무 기간에도 의문점이 있으면 편지로 스승에게 물었고 스승은 이에 대한 친절한 답변을 해주었다.

하지만 워낙 건강이 좋지 않았던 고 교수는 1988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전 원장에게 스승이 떠난 빈자리는 너무도 컸다. 홀로 공부를 계속해야 되겠다고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아 보았지만 공부과정에서 오는 경계나 의문점을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초발심이 느슨해질 무렵 한 지인으로부터 건네받은 게 위파사나 서적이었다. 위파사나에 대해 처음 들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저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위파사나 전문 서적을 읽어보니 그게 아니었다. 몸과 마음의 관찰을 통해 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교리인 무상, 고, 무아, 삼법인을 체득할 수 있고, 수행하는 과정 또한 계, 정, 혜 삼학, 팔정도, 칠각지, 오근, 청정의 일곱 단계 등에 입각해 있었다. 전 원장은 위파사나 수행을 직접 체험하는 게 지금까지 해 온 불교공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그는 범어와 팔리어를 틈틈이 공부하는 동시에 위파사나 수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이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에 진료를 중단하고 2003년 7월 미얀마 참메명상센터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배의 나오고 들어감에 먼저 집중하되 다른 큰 자극이 있으면 그곳을 관찰할 것을 요구했다. 1시간 40분의 좌선 및 경행의 반복, 전 원장은 배를 관찰하고 다리가 저리면 저린 것을 관찰하려고 애썼다. 그런데 정작 전 원장을 큰 깨침으로 이끈 것은 다름 아닌 모기였다. 모기가 앉고 피를 빨고 가려움증이 일어나는 것을 처음 관할 때에는 모기가 물어 가려울 거라는 예상과 과거에 모기에 물려 괴로웠던 기억, 기분 나쁜 것, 모기가 또 물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 등이 앞섰다. 그러나 계속 반복되면서 모기가 문다는 그 자체의 괴로움보다 그와 관련된 과거, 현재, 미래의 관념들이 더욱 그를 괴롭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 과거의 영향은 떨어지고 현재의 고통만 있을 뿐이었고, 더 관찰해 들어가자 그 고통에도 휩싸이지 않을 수 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그의 정진은 가속도가 붙어갔다. 가만히 배의 움직임을 관찰할 때면 배와 관찰하는 마음이 접착제에라도 붙은 것처럼 고도로 밀착돼 있음을 느꼈고 순간 성성적적해졌다. 순간순간 일어나고 사라지는 속에서 영원함이 없음과 그 안에 나라고 집착할 만한 게 하나도 없다는 점, 다만 과거, 현재, 미래가 인과의 법칙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었다.

미얀마서 수행 후 하루종일 ‘觀’ 가능

미얀마에서의 수행체험은 전 원장을 크게 변화시켰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감는 순간까지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을 ‘관’하겠다고 서원을 세운 그는 먼저 철저한 오계를 지키는 동시에 ‘꼭 필요한 말만 하되 그 순간에도 스스로를 관할 것’ ‘물건을 내려놓을 때나 밥 먹을 때나 절대 소리를 내지 않을 것’ 등을 다짐했다. 그런 전 원장에게 일상에서의 관찰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다만 환자들과 상담하거나 책을 볼 때 문득문득 ‘관’을 놓치곤 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집중력이 높아질수록 그 순간에조차 미묘한 움직임을 관찰을 할 수 있었다.

수행이 깊어질수록 하루하루 헛된 욕망과 번뇌가 줄어들고 고통이 심한 치아치료나 눈 밑을 째는 수술을 받을 때에도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웠다. 전 원장이 ‘명상과 자기치유’ 8주프로그램을 내놓은 것도 이 무렵이다. 이 프로그램은 위파사나와 요가를 응용한 것으로 자기의 감정 및 인간관계 등을 관찰하면서 8주간의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 완화와 이완을 가져오게 하는 기법으로 미국 메사추세츠 부속병원에서 실시하던 ‘MBSR 프로그램’을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 보완한 것이다.

‘명상과 자기치유’프로그램 개발·지도

먼저 1~2주에는 발가락에서 시작해 정수리까지 감각을 관찰하도록 하는 바디 스캔을 실시한다. 이는 몸의 어느 부위에 긴장이 느껴지면 내쉬는 숨을 통해 긴장이 나가도록 함으로써 몸의 감각을 있는 그대로 느끼도록 하는 훈련이다. 3~4주에는 요가를 통해 유연성과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동시에 몸 구석구석을 잘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또 5~6주에는 좌선하고 호흡을 관찰하도록 해서 몸과 마음의 속성을 파악하도록 이끈다. 마지막 7~8주에는 바디스캔, 요가, 좌선, 자애명상, 보행명상, 일상 행위 관찰 등 하루 종일 수련하도록 한다.

지난해 7월 첫 시작으로 불광사와 구룡사 등에서 이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참가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불면증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났다는 사람부터 더 깊은 수행으로 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사람까지 다양했다. 동국대 임기중 명예교수도 “8주간의 명상 프로그램은 나에게 깊은 숙면과 함께 일상에서 깨어있음으로 이끈 진정한 명상여행의 출발점이 되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인류역사상 최고의 마음치료사였던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용해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을 치료하겠다는 전 원장. 환자를 돌보며 각종 명상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범어와 팔리어 스터디, 영문불서읽기, 거기에 ‘불교와 정신치료 연구회’를 꾸려 이끌고 있는 그의 초인적인 성실함이 그의 꿈을 하루하루 영글게 하고 있었다. 02)400-2911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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