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복(祈福)과 진짜 불교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안의 기복 대승적으로 포용을
양질의 교육 통해 바른길로 인도해야


소위 공부를 많이 하셨다는 불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가끔씩 불교를 진짜 불교와 가짜 불교로 나누는 경향을 접하게 된다. 간단히 말해 깨달음을 향한 수행과 관련된 가르침은 진짜 불교에 속하고 보살님들이 절에 와서 집안 식구를 위해 기도하는 것은 진짜 불교가 아닌 기복 신앙(祈福信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부처님 형상에 대고 절을 하면서 도와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나 길에 있는 나무나 돌에 대고 도와 달라고 하는 것이나 무엇이 다르냐는 것이다. 반이성적이고 비과학적인 이런 종교 신행 형태 때문에 불교가 다른 종교인들로부터 미신이다 뭐다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말이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성제(四聖諦)의 고집멸도(苦集滅道) 뜻도 모르는 이들이 불자라 자칭하면서 법당 안에서 소위 말하는 ‘명당’ 기도 자리 때문에 서로 얼굴 붉히는 불자들을 보고 있으면 기복적 신앙의 형태는 좀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런데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진짜 불교·가짜 불교 혹은 근본 불교·기복 불교로 나누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왜냐하면 첫째 이렇게 불교를 둘로 나누어 기복 불교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보면 그들 안에는 재가 신도들의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수행 중심의 미묘한 엘리트적 교만이 있다. 마치 고등학교에 다니는 목적이 명문대 진학하는 것에만 있고, 그러므로 명문대 갈 고등학생을 제외한 나머지 고등학생들은 진정한 학생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과도 같다. 사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수행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셔서 재가 신도를 위해 따로 생천(生天)하는 여러가지 방법도 가르쳐 주셨다.

둘째, 어떤 소원이 있어 기도를 하는 이들에게 그런 다급한 원은 깊은 정(定)에 빠지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자식이 많이 아프거나 혹은 정말로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이가 온 정성을 다해 부처님께 기도를 할 때 기도 삼매에 빠지기 쉽고 실제로 삼매 중에 불보살님을 본 이들은 세상의 어떤 유혹에도 휘둘리지 않는 굳은 신심(信心)이 생긴다.

셋째, 기복적 신행의 형태가 미신이네 반이성적이네 하는 이들은 사실 19세기 서양 제국주의자들의 시선과도 일치한다. 무력으로 식민지로 만든 후 그 나라의 종교와 문화를 깔아 없애기 위해 계몽주의의 산물인 과학과 이성을 앞장 세웠고 또 기독교를 뺀 다른 모든 종교를 미신(superstition)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분히 정치성을 띤 그들의 화법을 이용해 우리의 종교를 우리 스스로가 비판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결론을 말하자면 불교안의 기복적 신행의 형태는 대승(大乘)의 정신으로 포용하면서 양질의 교육을 통해 승화시켜야 할 문제이지 없애야 한다거나 극복 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고 본다. 기복인 것과 기복이 아닌 불교가 흑과 백으로 명확히 나뉘어 지는 것이 아닐 뿐더러 이 둘 서로가 실제로 도움을 받으면서 공존을 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공존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식의 병 치유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시는 보살님께 기복이라 손가락질 하기 전에 그렇게 말하는 본인의 마음이나 좀 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