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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노후를 걱정하는가

기자명 법보신문
가난과 자족의 정신에 부응하며 살라
부처님은 수행자의 의식주를 책임진다


얼마 전에 한 신문에서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노후자금은 얼마나 될까를 물었더니 몇 억에서 몇 십억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했던 설문이 있었다. 아마도 여기서 말하는 노후자금이란 놀고 먹고 마음껏 소비하면서 보낼 수 있는 충분한 자금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생각해보라. 마음껏 놀고 먹으면서 소비하고 보내는 노후는 얼마나 비참하고 노망스러운가. 사람들은 그것을 삶의 행복으로 알겠지만 지혜로운 이라면 그러한 어리석은 노후를 과감히 버릴 것이다.

그러나 요즘의 세태는 어떠한가. 모든 사람들이 막강한 경제력이 뒷바침되는 행복한(?) 노후를 꿈꾸고 산다. 미래에 대한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걱정들이 많은 축적과 소유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래에 잘 살기 위해서 지금 돈도 많이 벌어 놓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악착같이 젊을 때 일해야 한다. 물론 사람인 이상 어찌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미래, 노후에 대한 지나친 근심과 걱정은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참된 지혜를 놓치게 하며, 온갖 욕심과 집착, 소유와 이기에 물들게 하는 가장 큰 주범이 되고 있다.

먹고 사는 일, 노후나 미래의 문제는, 그 사람의 복 지은 바에 따라, 그 사람의 행위, 즉 업에 따라 저절로 꽃피어 나는 것이다. 몸과 말과 생각으로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며 노후 우리의 먹고 사는 일은 결정되게 마련인 것이다. 아마도 수행자의 힘은 이러한 사실을 믿고 실천하는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수행자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 아니 지금 이 순간이 그대로 미래라는 것을 안다. 어찌 오지도 않은 미래를 근심하고 걱정하느라 지금 이 순간의 삶을 망각하는가. 물론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그 정도 믿음과 지혜가 없고서야 어찌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가난의 정신, 자족의 정신에 부응하며 살라. 미래를 위해 무언가를 축적하지 말라. 이 세상은 언제나 우리를 위해 음식이든, 의복이든, 집이든 필요한 만큼은 항상 준비해 두고 있다. 법계는 항상 필요한 만큼의 살림살이를 준비해 두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항상 수행자의 의식주를 책임 져 주신다. 그것을 가져다 쓰는 것은 축적의 유무가 아니다. 많이 축적한 사람이 많이 가져다 쓰는 것이 아니며, 많이 소유하고 집착하는 사람이 쓰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법계의 살림을 가져다 쓰는 것은 오직 비움과 나눔의 정신, 자족과 가난의 정신이 하는 일이다.

그러니 어떠한가. ‘내 것’을 많이 축적하고 소유함으로써 법계의 것을 ‘내 것’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둬 놓지 말라. 그렇게 작은 소아적이고 이기적인 생각은 곧 법계를 울려 법계의 풍요로운 살림살이에서 제외시키고 말 것이다.

그러나 비움과 나눔, 자족과 가난의 정신으로써 맑고 청빈하게 살아가는 수행자는 곧 법계에서 베풀어 주는, 부처님께서 베풀어 주시는 필요한 만큼의 의식주를 항상 가져다 쓸 수 있다. 그런 마음의 능력, 마음의 큰 그릇을 가지고 있다. 그 마음의 능력은 스스로 만족할 줄 알며, 가난하게 사는 정신에서 나온다. 삼계의 대도사가 되고자 하는 대장부 수행자가 한낱 몇 년 뒤의 노후를 걱정할 것이며, 미래의 일들을 두려워할 것인가. 먹고 사는 문제에 얽매여 소인배가 될 것인가.

법상 스님 buda1109@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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