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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 불교 납골 10만 시대‘허와 실’

기자명 김형규

섣부른 투자 90%가 경영난

사설시설 64.3% 교계점유…분양 11% 불과

사전 시장조사 없이 시작…중도포기 잇따라

화장 문제만 나오면 불자들은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2500여 년을 이어온 불교의 화장 문화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교 납골시설이 전국 사설 납골시설의 64.3%를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면 다시 한번 어깨가 으쓱해진다. 화장 문화가 확산될수록 교계 납골 시설들은 호황을 누리게 될 것이고, 국민들은 불교장례 문화의 선진성에 감탄사를 연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최근 본지는 교계에서 운영하는 30개 납골시설에 대해 운영 실태에 관한 전화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교계에서 운영하는 납골시설의 대부분이 부도 위기에 직면해 있을 만큼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다. 일부는 사업을 포기하거나, 연락마저 두절된 곳도 적지 않았다. 원인은 시장성을 조사하지 않은 무분별한 납골시설 건립이 문제였다. 화장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좋아지고 있지만 실수요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다시 말해 생각만큼 분양이 안 된 것이다.

전화 연락이 된 20개 납골시설을 조사한 결과 현재 분양 가능한 납골은 10만6336기. 이 가운데 분양이 끝난 납골은 1만2151기에 불과했다. 퍼센트로 환산하면 11% 수준. 10개에 겨우 1개꼴로 분양이 된 것이다. 또 분양이 평균에도 훨씬 못 미치는 2∼3% 정도에 불과한 곳도 적지 않았다.

지난해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서 펴낸『불교계 납골시설 실태조사 보고서』실무 책임을 맡았던 유정석 장묘위원은 “교계 납골시설의 90%이상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고, 탁상행정으로 시설 운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생긴 필연적인 결과”라고 잘라 말했다. 또 “납골당을 건립하기 위해 돈을 빌려 무리하게 공사를 하다가 빚에 몰려 분양을 포기하거나, 혹은 건설업자를 끼고 납골시설을 건립했지만, 분양이 안돼 땅과 납골시설을 통째로 건설회사에 넘겨 준 경우도 적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6개 사찰 납골시설에 관여하고 있다”는 광명 석재 문장환 대표도 “납골탑이나 납골함을 납품하고도 해당 사찰이 망하는 바람에 돈을 떼인 적이 여러 번 있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그러나 모든 납골시설이 다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경남 진주 한마음 선원은 200기 가운데 83%인 165기의 분양을 끝냈으며, 경기도 양평 갈월사도 70%의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 이들 납골시설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건설업체 등 외부 사업체를 끌어들이지 않고 자체 예산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며, 분양 사무소를 따로 내지 않고 불자들을 중심으로 분양한 것이 입소문을 타 성공하게 됐다”고 이들 관계자는 밝히고 있다. 사업이라는 생각을 접고 종교적인 품격을 잃지 않으면서 작지만 내실 있게 운영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불자들은 또 납골 시설 가운데 영탑(납골탑)을 가장 선호했다.

영탑 6792기 가운데 분양된 영탑은 전체 54%인 3693기. 가격이 1000만원에서 1500만원 정도로 비싼 편인데도 평균인 11%를 훨씬 웃돌았다. 그러나 납골당은 200∼300만원의 저렴한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분양은 전체 9만9544기의 8%인 8458기에 불과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장묘 전문가들은 “영탑을 불탑과 부도 등 성보를 본 따 만든 것이 불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 같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영탑은 성보 훼손이라는 논란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토 이용과 환경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묘지는 100∼200년이면 사라지지만 영탑은 석재로 만들기 때문에 1000년을 가도 사라지지 않는다. 최근 산을 파헤치고 들어서는 영탑 공원 때문에 국토의 잠식과 훼손이 더욱 심각해 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조계종 사회복지재단에서 펴낸 『불교계 납골시설 실태조사 보고서』에 기재돼 있는 납골시설 32곳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곳은 20곳, 준비중인 곳이 2곳이었다. 또 10곳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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