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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지옥길 가는 '불행의 문'

기자명 윤청광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꿈꾸며 산다. 그런데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일까?

어떤 사람은 돈과 재물이 행복의 열쇠라고 믿은 나머지 오직 돈과 재물을 모으기 위해 혈안이 되어 인정도 사정도, 피도 눈물도 없다. 또 어떤 사람은 권세가 행복의 열쇠라고 믿은 나머지 권세를 잡기 위해서라면 어떤 치사하고 더러운 짓도 가리지 않고 아부와 배신도 서슴치 않는다. 또 어떤 사람은 명예가 행복의 열쇠라고 믿은 나머지 화려한 직함을 내것으로 만들기 위해 후안무치를 무릅쓰고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동서고금의 역사를 되돌아볼 것도 없이 권력이 행복을 보장해준 일은 별로 없었다.

인류역사상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던 그 수많은 권력자들이 모두 다 행복한 인생을 마친 경우는 별로 없다. 해방이후 우리 나라에서 최고의 권좌를 누렸던 역대 대통령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씨의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이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한때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트릴 수 있는 무소불위의 무서운 권력을 휘둘렀던 우리나라 현대사의 권세가 이후락, 박종규, 차지철, 김재규, 김형욱 씨 등 아직도 우리의 뇌리에 생생한 그 수많은 '권세의 상징'들이 과연 행복한 인생을 누렸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의 반세기 역사만 되돌아보아도 권력과 권세가 결코 행복을 보장해 주지는 못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돈과 재물은 과연 우리의 행복한 인생을 보장해 주었던가.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던 어느 재벌 총수는 돈과 재물에 있어서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한 때 젊은이들의 꿈의 목표가 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는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하루아침에 나라의 경제를 파탄시킨 범죄자 취급을 받고 지금은 '세계는 넓어도 갈 곳이 없다'고 한탄하며 비참한 유랑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새 정부의 '재벌개혁'이라는 말 한마디에 오금을 못 펴고 부정한 상속, 부정내부거래 등의 혐의로 밤잠을 설치는 재벌이 수두룩하다. 10년 전, 아니 5년 전까지만 해도 큰소리 떵떵치며 온갖 호사를 마음껏 누리던 재벌들 가운데 이미 사라진 재벌이 어디 한두 명이던가. 우리나라 최대 재벌그룹 가운데 하나인 현대의 후계자들은 대북사업과 대북송금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과연 그들은 지금 '행복한 인생'을 누리고 있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해방이후 50여 년의 세월만 되돌아보아도 그 동안 사라진 재벌은 실로 부지기수에 이르고 있고 지금 떵떵거리는 재벌·부호들도 언제 사라지게 될지 그 운명은 아무도 모른다.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되지만 않았더라면 명예를 누리며 한세상 잘 지내다 갈 수도 있었던 저명인사가 청문회장에 불려나와 치사한 모습을 드러낸 채 망신을 당하고 낙마한 경우도 우리는 보았다.

차라리 권세를 잡지 않았더라면, 평범하지만 행복한 인생을 누릴 수도 있었을 사람들이 권세 때문에 불행한 인생을 마친 경우를 우리는 수없이 보고 겪어왔다.

차라리 부호가 되지 않고 차라리 재벌이 되지 않았더라면 얼마든지 행복한 삶을 누릴 수도 있었을 사람들이 돈과 재물 때문에 오히려 불행해진 경우도 우리는 수없이 보고 겪었다. 우리 불가(佛家)에서는 '주지 자리 하나면 지옥이 3천 개'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불교종단의 총무원장 자리는 지옥이 3만 개, 국가의 장관자리에는 지옥이 30만 개, 대통령 자리에는 지옥이 300만 개도 넘을 것이다. 감투가 크고 높아질수록 그만큼 지옥의 숫자도 늘어나고 깊어지고 많아질 것이니, 개인적으로 따진다면 한 국가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대통령일 것이요, 한 종단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총무원장일 것이요, 사업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는 재벌총수가 가장 불행한 사람들이다.

이제 총무원장 선거가 끝나고 당선자와 낙선자가 가려졌다. 그러나 당선되었다고 마냥 즐거워할 일이 아니요, 낙선했다고 마냥 슬퍼할 일이 아니다. 당선자는 개인적으로는 지옥을 걸어가야 할 불행의 시작이요, 낙선자는 오히려 자유를 누릴 행복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이거늘 출가자의 본분에 감투가 무슨 소용이랴.



윤청광<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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