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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무덤에 십자가를 박다니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5.09.15 09:00
  • 댓글 0
공 종 원
언론인

저녁에 TV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놀랄 일이 하도 많은 세상이지만 이런 해괴한 일도 다 벌어지는 세상이 되었구나 하는 개탄을 저절로 하게 되는 장면이 나왔기 때문이다. 공원묘지의 무덤들에 손바닥보다 조금 큰 십자가형 대나무들이 여기 저기 박힌 것을 관리인이 빼어내고 있는 장면이다. 무섭고 끔찍하며 기괴한 일들이 TV화면에 나오는 것은 이제 일상화된 일이지만 사람의 주검을 모신 무덤에 누군가 대못을 박는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상상을 초월하는 악의를 느끼게 하여 잠시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함께 그 화면을 본 안사람은 일제 때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명산이란 명산에 모두 쇠파이프나 쇠꼬챙이를 박아 넣었다고 야단하던 일이 생각난다면서 일본사람들이 이번에는 무덤에 대못을 박은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표한다.

십자모형 대못 65개 발견

하지만 그때 일인들이 우리 강토에 쇠파이프를 박은 것은 우리나라를 영구히 지배하려면 우리나라 명산의 좋은 기를 받고 태어나는 한국인을 없애겠다는 의도였다고 이해되는데 지금 그들이 공동묘지의 무덤에 대못을 박아서 무슨 효험을 얻을 것이냐는 설명을 하며 그런 추측은 억측이라고 할밖에 없었다. 뿐더러 아직까지 일인들은 공동묘지의 무덤을 건드린 전례가 드러난 바 없는데 그들을 의심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다.

대신 그동안 모모 하는 유명 정치인의 조상 묘에 칼을 심어놓고 쇠파이프를 박아놓은 것이 발견된 적이 있는 만큼 정치적 경쟁자 쪽에서 상대방을 못되게 할 양으로 그런 짓을 했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도 그런 터무니없는 짓을 저지를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이번 대못 사건이 난 안양시립공원묘지에선 묘지 한군데가 아니라 무려 65곳에서 대못이 발견되었다는 것이 주목되지 않을 수 없겠다. 공원묘지의 북쪽 산중턱 봉분들이 모두 십자모양 대못이 박히는 피해를 당했으니 이들이 무슨 개인적 원한의 대상이라고 보기는 어렵겠다.

고추씨-재 뿌리고…

주목되는 것은 이들 대못들이 길이 10cm의 대나무를 십자형으로 만들고 거기에 7cm되는 사무용 칼날을 철사로 엮어서 만든 것이며 모두 시신의 머리부위가 안치된 봉분 뒤쪽에 10여cm 깊이로 꽂혀 있었다는 점이다.

누군가 십자형 대못을 열심히 만든 과정이 있었다는 것이 되고 그것도 여러 분묘에 심겠다는 특별한 의도가 있었다는 말이 된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 대못이외에 범인은 각각 고추씨 10여개와 재를 함께 심고 있다는 점이다. 십자가형 대못과 고추씨, 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남이 그 의미를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아마도 범인은 거기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을 것이란 것은 짐작되고도 남는 일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정신이상자나 광신자의 소행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일은 상식적으로 보면 정신이상자나 광신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정신이상자가 넘쳐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일이다. 광신자 또한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더 걱정스러운 것은 정신이상자라고 규정되지는 않고 있지만 실제 행태는 정신이상자 보다 더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국가 사회적으로 더 많은 폐해를 끼치는 부류의 사람이 우리사회에는 넘쳐난다는 점이다. 그것도 나라의 안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위치에 있으면서 부단히 상상을 초월하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 사람들이 또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산소에 십자형 대못을 박아 사람들을 놀라게 한 미친 사람은 그것으로 그 산소와 관계있는 몇몇 사람을 놀라게 하고 속상하게 하고 있지만 중요한 위치에 있으면서 이상한 짓거리를 하는 사람들은 나라와 백성을 나락으로 몰아가는 돌이킬 수 없는 죄악을 저지를 것이기에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참 한심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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