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인의 죽음

기자명 법보신문
돈-명예-권력, 가져갈 수 없는 것
‘숨쉴때 수행하라’ 가르침 새겨야


아는 지인(知人)이 교통 사고로 갑자기 죽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 공부를 하던 이였는데, 난데 없이 날아온 불운의 비보를 받고 나니 놀랍고 안타까웠다. 그와 그렇게 친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간혹가다 학교에서 보면 인사정도 하면서 가벼운 대화를 나누던 사이였다. 박사 논문을 마치고 가을 학기부터 미국 중부의 어느 대학에서 교수 임용 결정이 났었는데, 강단에 제대로 서 보지도 못하고 30대 초 젊은 나이에 그렇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을 알려 준 이메일에는 그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 했는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그가 운전하는 차가 한 밤에 큰 트럭과 부딪쳤다는 이야기, 긴 신체적 고통 없이 바로 죽음을 맞이 했다는 이야기, 그의 부모님이 그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날 일본에서 비행기를 타고 미국 중부 도시까지 찾아 오셨다는 이야기, 학교에서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작은 모임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등이 적혀 있었다.

죽음이라는 말 앞에 나도 모르게 숙연해 졌다. 그 이메일을 읽은지 일주일이 지나간 지금도 내 머리 어느 구석에서는 삶이 이처럼 부서지기 쉽고 허망하다는 생각이 반복해서 뇌리를 스친다. 죽음 앞에는 박사 학위도, 돈도, 명예도, 권력도, 대중의 인기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만든다. 일체가 무상(無常)하다는 부처님의 말씀이 아주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죽음인 것이다.
중국에서 만난 이들 가운데 어떤 이는 한때 미국에서 잘 나가는 기업의 중견 간부였다. 많은 보수를 받았고 겉으로는 성공한 사람처럼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일주일에 80시간씩 일을 하다 보니 개인 생활이라는 건 없고 숨돌릴 시간도 없이 오직 일뿐이였다고 했다. 그러다 직장 창업주가 40대 중반의 나이로 갑자기 죽는 것을 보았다고 한다. 본인보다 더 성공했고, 그러므로 더 많은 명예에 돈을 가지고 있었는데 죽음 앞에서 그런것들은 별 의미를 가지지 못했다. 그 후 그는 생각했다고 한다. 만약 돈, 명예, 권력 같은 것을 죽음 너머로 가지고 가지 못 한다면 우리는 죽을 때 무엇을 가지고 갈 수 있을까?
그는 그후로 직장을 그만 두고 원래 고향인 중국으로 돌아왔다. 비정부 기구(NGO)에 참가해 가난한 중국 농촌에서 교육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구조 프로그램에서 일을 시작한 것이다. 그이 말이 죽을 때 돈이나 명예, 권력은 가지고 갈 수 없지만 살면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준 기억이나 도움을 받고 상대방이 기뻐하는 모습 만큼은 가슴에 담아 죽음 너머로 가지고 갈 수 있지 않겠는냐는 것이다.
몇주 전에 총무원장 법장 스님께서 입적 하셨다는 소식을 접해 들었다. 스님은 가셨어도 스님께서 시작하셨던 생명 나눔 실천 운동의 원력은 계승 되어 여러 동참자가 나오고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올해 9월은 승속 모두에서 나에게 왜 사는가 하는 화두를 다시 던져 준 시간이였다. 죽음이 언제 올지 모르니 지금 바로 수행하라는 부처님 말씀, 보살행을 통해 다른이가 기쁘고 감사해 할 때 그 기억만큼은 죽음 너머로 가지고 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친구의 말, 지금 나의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