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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도안법사의 『유계구장(遺誡九章)』 중에서

기자명 법보신문

출가했으니 오직 道만을 흠모하라

진심으로 모든 제자들에게 말하나니, 출가하여 도를 닦는 것은 지극히 중하고 어려운 일이니 가벼이 생각하지 말라. 왜 중하다고 하는가? 도(道)를 머리에 이고, 덕(德)을 허리에 차고, 인(仁)을 두르고, 의(義)를 짊어지고, 계(戒)를 받들다가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어렵다고 하는가? 세상과 인연을 끊고, 부모의 사랑을 떠나 속된 정(情)을 참마음으로 바꾸며, 무리들과 어울리지 아니하고, 사람이 행할 수 없는 것을 행하고, 욕됨을 수용하고 괴로움을 참으며, 때로는 몸과 목숨을 버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을 도인(道人)이라 한다.

도인은 다른 사람을 인도하는 자리에 있으니 행동은 반드시 남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며, 말은 반드시 법다워야 한다. 법복을 입고 나서면 행동이 곧 법칙이 되므로 탐내지도 않고, 다투지도 않고, 헐뜯지도 않고, 간사하지도 않으면서 오직 학문이 높고 뜻이 깊은 사람을 도인이라 한다.

그런데 황당한 무리들과 친해지면서부터 도법(道法)이 마침내 쇠퇴하고 말았다. 서로 배우는 사람들은 법칙을 본받지 못했으니 삿된 것에 집착하고 옳은 것은 잊어버린 지 오래다. 진실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작은 꾀로 큰 지혜를 삼고, 작은 공경에 만족하여 종일 포식만 하고 공부는 하지 않으니 진실로 슬프고 슬프도다.

출가한 지 수년이 되었으나 경업(經業)을 통달하지 못하고 한갓 세월만 허비하였으니 이룬 것이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일을 어찌 깊이 생각하지 않는가? 이제 몇 마디 글을 써서 보일 것이니 뜻이 있는 사람에게는 교훈이 될 것이다.

첫째, 그대는 이미 출가했으니 영원히 부모를 떠났다. 둘째, 그대는 이미 출가했으니 속세의 영화를 버린 것이다. 셋째, 그대는 이미 출가했으니 종족을 하직한 것이다. 넷째, 그대는 이미 출가해 남들은 도인이라 부르니 오직 불법을 숭상하여 나도 이롭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해야 할 것이다. 다섯째, 그대는 이미 출가한 사문(沙門)이니 더러운 것에 집착하지 말고 오직 도만을 흠모하라. 여섯째, 그대는 이미 출가했으니 세상의 형상을 버린 것이다. 일곱째, 그대는 이미 출가하였으니 자신에게 관대하지 말라. 여덟째, 그대는 이미 출가하였으나 성품에는 어두운 데가 많다. 배움이 많거나 적거나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닦아 나가는 일이다. 아홉째, 그대는 이미 출가해 길이 부모를 떠났으니 멀리 세속을 끊고 번뇌를 뛰어넘고자 하면 응당 불법을 닦아 자신을 억제하고 진리의 길을 걸어야 하거늘 어째서 세속 인연에 다시 물들이는가?

진리에 밝지 못하고 행실이라고는 털끝만큼도 본받을 것이 없으며, 말하는 것이 천박하고, 덕이 보배롭지 않으니 스승과 벗에게 누를 끼치는 일이 날로 성해질 뿐이다. 이와 같이 출가는 법을 버리고 몸을 욕되게 할 뿐이니 생각하고 생각하여 스스로 몸가짐을 잘 다스려라.


도안법사는?

도안법사(道安法師) : 진(晉)나라 때의 고승으로 중국불교의 개척자. 12세에 출가했으나 용모가 너무 못생겨 스승에게 주목을 받지 못한 채 3년간 논밭에서 일만 했다. 뒤에 불도징(佛圖澄)을 스승으로 섬겼으며 승려 생활의 규범을 마련하고 석(釋)씨를 승려의 성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서에『방광반야절의략(放光般若折疑略)』『음지입주(陰持入注)』『종리중경록(綜理衆經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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