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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하는 그대를 위하여

기자명 법보신문
분노 일거든 친구에게 말로써 풀라
마음 가라앉으면 ‘나’에게 시간 주어야


살다보면 누구나 실망의 경험을 한다. 본인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을 하지 못했거나, 회사 승진에서 탈락했거나, 마음 속으로 좋아하는 이가 나를 좋아해 주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등등 여러가지 이유와 상황에서 우리는 실망을 한다. 원했던 마음이 아주 간절했던 만큼 결과가 뜻대로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우리는 더 깊게 상처받고 더 오랫동안 슬픔과 좌절을 맛본다. 부처가 아닌 중생이기에 삶에 이런 저런 기대를 하며 살게 되고 그 기대가 현실화되지 않았을 때 느끼는 실망을 나도 역시 겪어 보았고 그러기에 그 기분 잘 이해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실망이 우리 삶으로 찾아 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될까? 그토록 원했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실망과 함께 동반하는 좌절과 상처 어떻게 해야 치유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실망의 나락에서 일어나 다시 걸을 수 있을까?

그대여, 먼저 이 일로 인해 슬픔이 찾아오면 남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충분히 슬퍼하고 마음껏 울어라. 분노가 일어나거든 분노가 일어나는 나를 받아드려라. 마음속에 담아 두지 말고 그대가 느끼는 심정을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에게 말로써 풀어라.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는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부정하지 말고 힘들어하는 나를 그대로 받아 드려라.

그리고 마음이 조금 가라앉으면 나에게 시간이라는 선물을 주어라. 조용한 공원이나 사찰을 거닐면서 어머니가 하나밖에 없는 자식을 대하듯 홀로 있는 시간 동안 힘들어하는 나를 아껴주어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를 대하듯 나를 사랑해 주어라. 이 시간에 음악을 들어도 좋고 혼자 서점에 가도 좋다. 하지만 ‘나는 이래서 안돼’, ‘나는 저래서 안돼’라는 식의 판단의 마음이 작동하기 시작한다면 그 마음을 일단 봉해라. 실망을 가져다 주었던 일에 대한 기억과 함께 판단의 마음을 당분간 덮어놓아라. 어떤 대책을 마련하려고 하지도 말고 문제의 해답을 찾으려 노력하지 마라. 한 동안은 그냥 덮어놓고 그 일과 관련된 일체의 일에서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라. 이 과정은 그 일을 회피하라는 것이 아니라 실망을 가져다 준 일과 나 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만들기 위함이다. 명확하게 무언가를 보려면 너무 가까이 있으면 대상이 보이지 않는 법. 지금은 일단 그 일을 놓고 시간을 가지고 물러나야 될 때이다.

그리고 본인의 몸에 시간을 쏟아라.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실망의 감정으로 인해 몸의 어느 부분이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하나하나 알아차려 보자. 가슴이 아프다면 어떻게 아픈지 주의를 기울여 보자. 항상 밖으로만 돌던 마음의 에너지를 내 몸 안으로 돌리면서 잠시나마 번뇌가 쉬게 된다. 운동을 할 수 있으면 운동도 해 보자. 몸의 상태가 바뀌면 마음의 상태도 같이 바뀌는 법, 마음을 조절할 수 없으면 몸부터 조절하면 된다. 소리내서 관세음보살 염불도 해 보자. 관세음보살님의 자비가 염송하는 나의 목소리와 함께 내 몸 내 마음 가득 차도록 간절히 염송해보자.

마지막으로 위의 모든 일을 다 했다면 천천히 봉했던 실망과 관련된 부분의 기억을 열고 그 일을 객관의 눈으로 바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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