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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그릇 운동 100만명 서약을 보며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05.12.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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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정 길
정토회 (사)에코붓다 대표

‘밥을 다 먹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운동까지 벌일까?
그러나 대단한 일이 된다. 먹지 않고 버리는 음식이 1년 15조원이고 이를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일 년에 4천억 원이라면, 음식을 남기지 않는 일은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이것은 운동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100만 명이 서약하는 것은 시민운동사에서도 많지 않은 일이다. 10만 명 서명을 받는 것도 쉽지 않은데, 100만 명을 받았고 그것도 서명이 아니라 서약이라면, 그리고 다짐하는 의미에서 1000원씩을 받았던 서약이라면 더 더군다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올해 들어 서울시와 광역시 등을 중심으로 음식물쓰레기 직매립이 금지되었다. 그래서 자치단체와 환경단체에서는 이번 빈그릇 운동을 대단히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의 특성은 매립하면 수질이나 토양오염의 원인이 되고, 소각할 경우 완전연소를 방해하여 많은 연료비용이 증가할 뿐 아니라 유해물질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서 심각한 환경문제를 발생시키게 된다.

빈그릇 운동-음식남기지 않기. 이 간단한 운동이 2004년 10만을 목표로 노력하여 20만명 가량의 서약을 받아냈다. 2005년에는 급기야 이러한 음식남기지 않는 운동을 사회에 정착시키기 위하여 100만 명으로 확대해 서약운동을 전개했다. 시민운동사에 이렇게 지독스러운 서약운동은 드물었다.

절에서 교회에서 성당과 원불교 교당에서 이 운동이 벌어졌고, 가정과 회사에서 그리고 가장 크게는 초·중·고등학교에서 진행되었다. 특히 이 운동을 펼쳐나가는 정토회 주부 자원활동가들은 매일 10여개의 학교를 교섭, 방문 후 교육을 통해 서약을 받고, 교육청과 시와 구청을 교섭해서 파트너로 만들었다. 서울과 대구, 대전, 청주, 광주, 마산, 울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거리캠페인을 벌여 일반인들의 동참을 유도했다. 이 운동은 결국 12월 8일 999,999명의 동참 목표를 달성했다. 열정과 열정의 감동적 사례들이 뭉치고 뭉쳐서 확산된 운동이었다.

빈그릇 운동. 이 운동의 특징은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는 운동이며, 특정인에 국한되는 운동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관계된 운동이라는 점이다. 어느 개인이든 쉽게 작은 결심만 하면 참여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사회적 파급력이나 효과는 한국사회에 큰 반향이 될 운동이다. 특히 한 개인이 환경운동을 충실하게 실천하면 물이나 자원절약 등 다른 환경운동으로 파급되는 특징이 있다는 점으로 볼 때, 음식 남기지 않는 운동은 커다란 교육적 효과를 갖는 운동임이 교육현장의 수많은 감동적 사례를 통해 확인되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02년 세계인구의 절반인 30억 명이 하루에 2달러(2,400원)에도 못 미치는 생계비로 연명했다. 그 가운데 13억 명은 하루 1달러(1,200원)의 생계비도 쓰지 못했다. UN개발계획에 따르면 세계에서 8억 명이 영양실조에 허덕이고 있다. 이들이 최소한의 영양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간 139억달러(15조7천억원)가 소요된다고 발표했다.

한해 우리나라에서 버려지고 있는 음식쓰레기가 세계 기아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돈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결국 우리가 음식물쓰레기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가난한 그들에게 엄청난 죄악을 저지르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서약금으로 받은 1,000원 가운데 500원은 지구의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나머지 500원은 빈그릇 운동을 알리고 교육하는 홍보교육비로 사용한다. 이 운동을 통해 환경운동과 해외구호사업을 벌이는 1석2조의 효과를 갖는 것이다. 100만인 서약운동은 엄청난 일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음식을 남기는 것이 커다란 죄악임을 깨닫고 사회윤리로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능하다. 세상을 바꾸는 힘은 사람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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