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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부처님을 생각하는 순간

기자명 법보신문
부처님 생각할 때 부처님도 중생 생각
부처님은 늘 숨소리보다 가까이 있어


노는 입에 염불한다는 옛말이 있던가. 몇일전 북경 지하철을 타고 북서쪽 끝에서 남동쪽 끝까지 가야 될 일이 생겼다. 평일 낮 시간이라서 그런지 지하철 안에 빈자리가 꽤 있었다. 앞으로도 25분 정도는 더 가야 되는데, 가방 안에 있는 책을 꺼내 보자니 조금 피곤하고 그렇다고 25분을 그냥 낭비할 수도 없어 눈을 감고 조용히 속으로 염불을 시작했다.

나의 염불은 ‘약사 유리광 여래 부처님’이나 ‘문수사리 보살님’이 주를 이룬다. 특히 약사 부처님과는 어려서부터 좋은 인연이 많았던 데다 은사 스님이 계시는 절 주불(主佛) 또한 약사 부처님이라 그 인연이 더 깊어진 것 같다. 철 모르던 10대 때는 약사 부처님이 환자의 병만 고쳐 주는 부처님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불교를 조금 더 깊게 공부하고 나서 보니 불보살님 한 분 한 분 명호에 일체 불보살님의 자비 광명과 지혜 방편력이 온전히 응집되어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나무 약사 유리광 여래불’ 하는 그 염불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가슴속에서 깊은 우물을 파듯 나의 염불 또한 깊어지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처음에는 염불을 하면서도 ‘내가 애타게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것을 부처님께서는 알고 계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성을 드려 더 간절히 염불하면 약사 부처님께서도 언젠가는 나의 마음을 들으시고 명훈 가피력을 내리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도 알게 모르게 했던 것 같다. 그래서 무조건 더 큰소리로 더 오랫동안 염불을 하려고 했고 혹시라도 이러면 염불 삼매에 진짜로 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찬 망상도 같이 부렸던 것 같다.

그런데 염불을 성심껏 열심히 할수록 약사 부처님에 대한 헌신하는 마음도 같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속 헌신의 에너지가 잡념을 몰아 내고 비교적 쉽게 한 곳으로 집중을 유도한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열심히 염불을 하면 부처님이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 주실 것이라 했던 생각 자체가 나의 망상이고 그런 망상 자체가 오히려 부처님의 마음과 나의 마음을 둘로 갈라놓는 장애물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하철 자리에 앉아 속으로 염불을 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나무 약사 유리광 여래불’ 하는데 갑자기 내 마음속에 번개가 치듯 어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끼는 바가 있었다. 다름 아닌 내가 부처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일어나는 바로 그 순간이 바로 부처님이 나를 생각하고 있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 한발자국 더 나아가 ‘나무 약사 여래불’이라고 염불하는 그 염불 소리 자체가 약사 부처님이라는 것을 보았다. 부처님은 먼 어느 정토에 계시면서 중생의 소리를 간혹 가다 경청하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숨소리 보다 더 가까이 항상 계신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약사 여래불하는 그 염불 소리와 약사 부처님이 둘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염송 하는 자의 일념과 염송 하는 대상이 결국은 하나’라는 경험을 잠시나마 한 것이다 .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나도 모르게 감사의 눈물이 나왔다. 눈을 떠보니 내가 내려야할 정거장으로 지하철이 서서히 멈추고 있었다. 이것도 가피인가 보다 싶어 그저 감사해하며 지하철에서 내렸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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