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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마지막 글 : 자살예방교육 수강생 의식변화 〈끝〉

기자명 법보신문

교육받은 학생 자살률 떨어져

자살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서 2005년 1학기에 철학과 전공과목으로 〈자살예방교육〉 과목을 처음으로 개설해 자살문제만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수강생은 모두 39명이었는데, 이미 죽음준비교육 과목을 수강한 적이 있는 수강생은 13명, 처음 수강하는 학생은 26명이었다. 자살예방을 주제로 한 학기 동안 가르치면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 나 자신도 확신을 할 수 없었다. 학기 초와 학기 말 2차에 걸쳐 똑같은 설문으로 조사함으로써 의식의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했다. 첫 번째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이런 취지로 말했고 학생들도 자살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잘 알고 있으므로, 취지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설문조사는 다음 4가지 질문에 집중했다. 1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살충동을 느낀 적이 있는가. 2 현실에서 어려움을 당할 때, 자살이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3 자기 판단에 따라 자살할 수 있는 자살권이 있는가. 4 죽으면 아무 것도 없으니까, 자살하면 고통이 끝이라고 생각하는가.

조사결과를 검토했더니, 처음 수강생과 이미 수강한 적이 있는 수강생 사이에는 다음과 같이 의미있는 차이가 발견되었다. 처음 수강생 26명 중 학기 초에 한 가지 설문 이상에 문제되는 의견 답한 수강생 23명 90%나 달했다. 학기 말에 조사했더니 많은 변화가 발견되었다. 처음 수강생 26명 중 자살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답한 학생은 학기 초에 11명이었지만, 학기 말에는 25명으로 늘어났고 1명만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자살권의 경우, 학기 초에 26명 중 자살권 주장 13명이었으나 학기 말에는 1명만 자살권을 주장했다. 또 죽으면 끝이므로 고통도 끝이라고 생각한 학생이 학기 초에 13명이었지만, 학기 말에는 한 명도 없었다.

39명 수강생 중 스트레스와 불면증이 얼굴에 나타날 정도로 심각한 학생 1명이 있었다. 다른 38명은 자살문제를 심각할 정도로 고민하지는 않았지만, 최 양의 경우 얼굴에 어둠이 짙게 배어있었다. 레포트나 시험 답안지 글씨체에서도 문제가 느껴질 정도였다. 최양의 설문조사 결과를 집중 분석하면, 3가지 설문조사에서 상당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최 양은 학기 초 조사에서 (설문 1) 유서를 쓰고 알약까지 모았고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생활하기 힘들었고, (설문 2) 자살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설문 3) 자살권도 당연히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고, (설문 4) 죽으면 고통도 끝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지니고 있으므로, 자살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고 보인다.

하지만 한 학기 수업을 들은 뒤 변화된 답변을 검토하면 자살 충동의 가능성은 더 이상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왜냐하면 학기 말 조사에서 “자기 고통이 보잘 것 없다, 자살권이 없다, 자살하면 더 형편없는 조건에 태어날 것 같다”라는 식으로 답했기 때문이다. 최 양은 설문 2, 3, 4 모두에서 변화를 보여 한 학기 수업을 통해 정말 많이 바뀌었다. 1학기 수업이 끝나고 지난 가을 직접 전화를 걸어 연구실에서 만났더니, 얼굴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제는 더 이상 자살충동 같은 것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39명의 수강생 중 사학과 2학년 황설희양(2004 학번)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학기 초 4가지 답변에서 모두 문제가 발견되었지만, 한 학기 동안의 교육으로 황양은 바람직한 견해를 지니게 되었다. 황양의 학기 초 답변은 문제가 많은 의견으로, 이런 식의 의견을 지닌 사람들이 국민 가운데 상당한 비율을 차지한다. 정말 심각한 것은 자살이 해결책이 된다, 자살권이 있다, 죽으면 고통도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문제이다. 황양 자신도 말하듯이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나서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도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생각한 것에 불과하다. 자살충동이 심각해지기 이전에 미리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 체계적이고도 심층적으로 교육을 시킬 수 있다면, 자살예방 교육 수강학생들이 쉽게 자기 생각을 바꾸었듯이 자살사망률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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