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⑬ 돌과 구슬의 차이

기자명 법보신문

이종찬 칼럼

보석은 진정 보석이었는데
원석으로서 보석 틀림없기를…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는 있는 그대로의 것이지만, 있는 그대로를 한 번쯤 되돌아 살펴 보면 신비하기 그지 없다. 이런 신비함 속에 어울려 사는 우리 인간도 이 신비함에 휩싸여 스스로를 존엄하게 여기고, 아울러 모든 존재의 사물에도 외경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존엄과 외경심으로 자연의 신비에 귀의함이 종교적 신앙의 모태가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사람들은 이 자연의 신비스러움을 외경의 대상으로 놓아 두려 하지 않고 그 원초적 구조를 알아 보려는 호기심에서 나름대로 그 이유를 찾으려 한다. 어쩌면 인류사회에 축적되어 있는 지식의 산물은 모두 자연 사물을 분석하고 종합하는 과정의 이야기들을 수록한 것은 아닐까. 그러다 보니 그 기록들이 우리의 자연에 오히려 역효과를 줄 수도 있었기에, 인간적 지식을 거부하는 생각도 하게 될 듯하다. 동양의 노철학자 노자가 사람들의 인위적 질서를 거부하고 하염없는 무위의 자연을 주장한 것이 한 예일 듯하다.

아무튼 굴러 가는 돌 하나를 보고도 이상히 여겨 살펴 보려는 것이 지능이 높은 인간적 본능일 것이니, 오늘날 물질적 삶의 윤택을 누리는 것은 신비의 자연을 응용의 대상으로 삼은 결과일 것이다. 누구나 귀히 여기는 보석도 돌을 단순한 돌로만 보지 않으려는 어느 호기심 많은 이의 손 끝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옛날 초나라 사람인 화씨(和氏)가 산에서 옥돌을 얻고서는 참 좋은 보석이 되겠다 하여 당시의 임금인 여왕에게 헌납했더니 옥을 감정하는 관리가 돌이라 하여 화씨는 발가락이 잘리는 형벌을 받았다. 여왕이 죽고 무왕이 즉위하니 화씨는 그 옥돌을 다시 헌납했으나 역시 돌이라 하여 이번에도 발가락이 잘렸다. 무왕이 죽고 문왕이 즉위하니, 화씨는 이 옥돌을 품에 안고 얻었던 산으로 가 사흘 밤 낮을 통곡하다 눈물이 말라 피가 나게 울었다. 왕이 사신을 보내어 사연을 물으니, “제가 발가락 잘린 것이 슬픈 것이 아니라, 곧은 선비를 거짓이라 여김이 슬픕니다” 하여 옥쟁이에게 처리하게 하여 천하에 없는 보석을 얻었다. 이 옥의 이름이 ‘화씨벽(和氏璧)’ 또는 ‘화벽’이라 하여 최고의 보석을 일컫는 대명사가 되었다.

요즘 나라 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어느 교수의 과학적 신기술에 대한 진위의 규명이다. 한 동안 세계 최초의 쾌거라 하여 놀라움을 주었던 주제이기에 진위를 다시 검정해야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다시 세인의 이목을 사로잡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부분적으로 거짓이 있었다는 결론이다.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이 연구가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 도움을 준다하여 난치병을 앓는 당사자만이 아닌 인류 공동의 기쁨으로 받아졌기에 허전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기도 하다.

이 소식을 듣고 떠 오른 것이 화씨벽의 구슬이다. 보석은 진정 보석이었는데 몰라보아 묻혔던 것처럼 원석으로서의 보석은 틀림 없기를 기대하는 것이 온 국민의 소망이 아닐까. 이 교수의 발견이 화씨벽의 보석임은 틀림 없는데, 그것을 보석으로 만드는 과정인 논문에 다소 과장이나 위작이 있었다면, 화씨벽을 연마하는 기술적 보완을 숨죽이며 기대하고 싶다.

조주스님에게 어느 스님이 가르침을 구하니, 조주스님은 죽은 먹었느냐 하였다. 스님이 먹었습니다 하니 조주는 발우를 씻고 가거라 하니, 이 스님은 크게 깨달았다. 이것이 “죽파세발(粥罷洗鉢)”의 공안이다. 이 공안에 조선조 청매(靑梅)스님이 이 화씨벽을 인용하여 “화씨의 구슬에 세 번 발가락 안 잘렸으면 초나라 산 남쪽엔 풀만 풍성하리”라 하였다. 교수의 발견이 화씨구슬이기를 바라며, 발가락 잘린 심정으로 보석을 다시 갈려거든, 조주스님 말씀대로 죽그릇을 씻고, 다시 도약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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