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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수입 되는 오리엔탈리즘

기자명 법보신문
명상 관련 베스트셀러 대부분이 번역서
서양인의 동양에 대한 환상 추종하는 꼴


오래간만에 승려가 아닌 학계에 몸을 담고 있는 학자적 시각에서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많이 읽힌 종교, 명상, 정신 세계 관련 책들을 쭉 둘러보면 한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베스트 셀러가 된 많은 책들이 한국 저자가 쓴 글이 아니고 외국어(특히 영어나 불어)로 먼저 쓰여진 글들을 한국어로 번역한 책들이 많다는 것이다. 국내 저자가 쓴 책들도 앞에서 말한 책들을 번역하는 일을 역임하면서 본인들의 시나 에세이 책을 쓰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외국에서 많이 팔리는 명상 서적들을 많이 보거나 그러한 출판물들의 영향권 안에 있는 국내 작가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에서 베스트 셀러가 된 번역본들의 대부분은 현재 서양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는 스님들이나 구루들의 책이거나 아니면 그들 아래서 공부를 한 서양 불자나 수행자들의 글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처음 집필을 할 때는 한국이나 일본, 대만과 같은 동양의 독자를 마음에 두고 글을 썼다기보다는 서양인 독자를 마음에 두고 쓴 글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될 것은 이처럼 서양에서 출판된 동양 종교 관련 서적들의 일부분은 아직도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가 말한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리엔탈리즘은 유럽인들이 제국주의가 왕성했던 시대에 인도나 중국과 같은 동양의 나라를 침략하는 과정에서 서양에 대칭되는 동양에 대한 그들만의 어떤 이미지를 만들어 내게 된다. 예를 들면 동양을 (특히 인도나 티베트를) 미개하면서도 수동적이고 관등적이면서도 시간이 멈추어버린 듯한 낭만적 환타지의 공간으로 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개하다고 보기 때문에 서양 제국주의자들은 동양의 나라에 ‘문명’을 가져다 주어야 되므로 그들의 침략이 정당하다는 이론을 만들어 내게 되고 이러한 오리엔탈리즘은 그들의 정치적 목적 달성에 큰 기여를 한 것이다. 그런데 그 이면에는 동양이 수동적이기 때문에 평화롭고, 미개하지만 소유욕이 없으며, 물질적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정신적 종교적 부분만큼은 서양 보다 우월하다는 관념도 유행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동양에 대한 환상을 아직까지 버리지 못한 서양인들이 동양 종교를 받아 드리는 과정에서 본인들의 입맛에 맞게 새로 가공한 불교나 힌두교가 재생산되게 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서양에서 지금 활동하는 많은 스님들이나 구루들도 이런 서양인들의 동양에 대한 환상에 편승해서 서양인들이 듣고 싶어하는 가르침대로 법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치 일본 사찰이나 티베트 사원, 인도의 아쉬람은 사람 사이의 분쟁이 전혀 없는 정토나 다름이 없는 환타지 랜드로 가공해서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동양에 대한 서양인들의 환상이 한국 번역가들에 의해 그대로 우리나라에 지금 역수입되고 있다. 주변에서 보면 인도나 티베트, 버어마에 가면 바로 깨달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수행자들을 종종 보는데 사실 그들 모두는 역수입된 오리엔탈리즘의 피해자들이다.

혜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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