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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방한 추진 당당하게

관음보살의 교화의 땅 티베트.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전생활불(轉生活佛)인 달라이 라마! 고향 땅에서 쫓겨 40여 년 세월을 망명객으로 떠도는 티베트의 성자 달라이 라마와 이 땅 이천만 불자와의 인연이 이어질듯 말듯하니 답답한 가슴 가눌 길 없다.

티베트의 역사는 중국 역대 왕조의 간섭과 영향력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는 없다. 한때 원(元)나라는 무력으로 티베트 전역을 장악한 적도 있었지만 세조 쿠빌라이는 티베트 라마교의 고승을 황제의 스승으로 모시기도 했다. 그후 명(明)·청(淸) 시대를 거치면서 중국의 종주권 밑에서 정교합일 체제를 갖추어갔다. 20세기 들어와 신해혁명 후 국민당 정부도 전통적인 종주권을 유지하려고 관리를 파견하기도 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 때 중립을 지킨 티베트는 종전 후 독립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1949년 중국 전역을 장악한 공산주의 정권은 이듬해 10월 티베트를 침공하여 티베트 독립정부를 까뭉개버렸다. 그후 티베트에 대한 중공의 박해는 마침내 1959년 라싸에서 대규모 봉기를 야기시켰고, 백이십 만 명이나 희생된 피의 제단을 뒤로하고 달라이 라마는 추종자들과 함께 망명길에 오르게 되었다.

달라이 라마는 나라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사람이다. 티베트 사람들은 누구나 망명객인 그에게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꿈과 희망을 걸고 있다. 중공 치하에서 그는 매일같이 찾아드는 피난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었다. 중국인들이 티베트 사람들을 죽이고, 강간하고, 고문하고 가혹하게 다루는 이야기들이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달라이 라마의 심경은 어떠하겠는가. 티베트 사람들 중에는 그를 잠깐만이라도 보기 위해 히말라야를 넘어 2년이나 걸리는 길을 걸어서 온 사람들도 있다.

중공은 티베트의 종교와 전통, 그리고 민족정신을 말살하려고 했다. 학교 교육은 중국 정부의 강제 교육으로 시작되었다. 오전에 마오쩌둥의 〈작은 붉은 책〉을 암송해야 하는 학생들은 오후에는 갖가지 숙제를 해야 하는데, 숙제는 보통 티베트 사람들의 마음 깊이 새겨진 불교 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고안된 학습과정이었다.

불자는 살생을 해서는 안된다. 불교는 모든 살아있는 생명은 어느 한 생명도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가치를 지닌 존재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중국인 교사는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생명 무엇인가를 죽여서 매일 학교로 가져오라는 숙제를 내준다. 그것으로 학생들의 성적을 매겼다. 각각의 죽은 생명체들에게는 일정한 점수가 주어졌다. 이를테면 파리는 1점, 지렁이는 2점, 쥐는 3점, 고양이는 10점이라는 식이다. 이 가증스런 살생 교육은 티베트의 순결을 빼앗는 더러운 작태가 아니고 무엇인가. 이런 얘기를 전해 듣는 달라이 라마는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긴다. 그는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다. 비폭력과 평화는 증오와 미움을 멀리하는 데서 싹튼다. 그의 인내와 관용, 그리고 중국인에 대한 자비로운 태도는 인류의 양심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 정부는 티베트 사람들의 좌절과 고통의 깊이를 헤아려 보아야 한다. 티베트의 자유와 인권 보장을 약속해야 한다. 달라이 라마의 방한에 대한 우리 정부와 조계종의 보다 당당한 태도가 요망된다. 외교적 압력이나 경제적 보복에 대한 우려보다 한중관계에서 종교와 문화 등 비정치적 분야의 인도적 접근 원칙의 확립이 더욱 중요하다.

한국 불교는 사회적 언어를 망각해왔다. 탈세속적인 불교의 비사회성은 대개 체제순응적인 행태로 나타나면서 약자의 고통이나 사회정의의 문제를 거의 외면하다시피 해왔다.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계기로 이 땅의 불자들과 1억 중국 불자들, 그리고 세계를 향해 국가이익 보다 평화와 인권의 인류보편의 가치를 앞세우는 한국불교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조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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