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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 연기적 의미

기자명 법보신문
인연은 내 안에 있는 나와의 마주침
사실 바로 볼 때 향기로운 만남 가능


사람과의 만남도, 일과의 만남도, 소유물과의 만남도, 깨달음과의 만남도, 일체 모든 만남은 모두 때가 있는 법이다. 아무리 만나고 싶어도 시절 인연이 무르익지 않으면 지천에 두고도 못 만날 수 있고, 아무리 만나기 싫다고 발버둥을 쳐도 시절의 때를 만나면 기어코 만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만나길 원해도 인연이 성숙하지 않았다면 아직은 차분한 마음으로 더 기다려야 할 때다. 시절 인연이 되어 만날 때, 그 때 더 성숙된 모습이 될 수 있도록 다만 자신을 가꾸어야 할 때인 것이다.

사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인연은 내 밖의 상대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것일 뿐이다. 모든 만남은 내 안의 나와의 마주침이다.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도 그 사람과의 만남은 내 안의 바로 그 싫은 부분을 만나는 것이며, 이기적인 사람을 만나도 내 안의 이기의 일부분이 상대로써 투영되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내가 만나는 모든 인연은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것은 내 안의 놓치고 있던 나를 만나는 숭고한 ‘나를 깨닫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나는 그 모든 사람은, 설사 그것이 아주 잠깐 스치는 인연일지라도 진지하고도 분명한 우주적인 메시지를 담고 온다.

그렇기에 모든 만남은 우리에게 삶의 성숙과 진화를 가져온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만나는 모든 사람이 부처요 관세음보살이라고 했다. 좋은 사람이든, 싫은 사람이든, 적이든, 내 편이든, 이익을 주는 사람이든, 손해를 주는 사람이든, 그 모든 사람이 내게 진리의 메시지를 전해 주기 위해 이 법계에서 보낸 부처요 관세음의 화신인 것이다.

이를테면 첫 만남에서부터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나를 강하게 만들기 위한, 내 과거의 탁한 업을 녹여주기 위한, 또 내 안의 미움을 생생하게 비춰주기 위한 법계의 배려로써 내 앞에 나타난 인연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종류의 만남은 다 좋은 것이다. 좋고 싫은 것 가운데 좋은 쪽을 택하는 그런 상대적인 좋음이 아닌 좋고 싫음이 없는 전적인 좋은 그런 것이다. 당장에는 나쁜 만남인 것 같아도 전체적인 관점, 전 우주적인 관점, 내 전 생애에서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 만남은 내게 좋은 만남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사실을 올바로 볼 수 있는 사람은 모든 만남을 맑고 향기롭게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면이 성숙하면 만남도 성숙하지만 내면이 미숙하면 만남도 미숙할 수 밖에 없다. 성숙한 사람에게 모든 종류의 만남은 곧 부처와의 만남처럼 신성한 것이지만, 미숙한 사람에게 만남은 울림이 없고 향기가 없다.

내면이 좀 더 성숙해 져 내 마음이 빛을 보면 시절 인연을 기다릴 것 없이 바로 지금 이 순간 온 우주와 만날 수 있다. 그 누구와도 이미 청정한 만남은 이루어 진 것이다. 바로 지금 내가 만나는 사람이, 바로 지금 내 앞에 있는 일과 직업이, 바로 지금 내가 소유하고 있는 소유물과의 만남이, 바로 지금 내 주위에서 매일같이 부딪치는 사람이며 친지, 친구, 가족들과의 만남이 모두 온전한 부처와의 만남이요 진리와의 만남일 수 있는 것이다.

법상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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