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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동국대와 문학

기자명 법보신문

암흑기 근·현대문학 개척한 한국문학의 햇살

<사진설명>한국문학을 이끈 뛰어난 문인들을 배출한 동국대 교정에는 아직도 선배들의 창작 열정이 살아 숨쉬고 있다.

님은 갔습니다./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중략)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중에서)

혜전 시절 전교생 80% 문학청년

동국대 100년사는 한국 근현대 문학사와 맥을 같이 한다. 일찍이 신문학의 새 길을 닦은 만해 한용운을 시작으로 근대 문학을 일군 신석정, 서정주, 조지훈, 조연현과 현대 한국문학을 이끌고 있는 조정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인들을 배출하면서 한국 문학의 커다란 줄기를 형성해 왔기 때문이다.

동국 학생문단의 전통은 명진학교 시절 권상로의 활동에서 비롯된다. 당시 재학생이던 권상로는 학생 자치기구인 ‘광학회’를 통해 불교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국학에 뜻을 두고 고전연구에 천착하며, 시가의 창작에 힘을 쏟아 동국 학생문단의 밑바탕을 일구었다. 권상로가 동국 학생문인 활동의 초석을 다졌다면 한용운은 본격적으로 한국 신문학을 개척한 인물이었다. 1926년 조국 잃은 슬픔을 극복하고 민족의식을 바탕으로 항일의지를 불태운 ‘님의 침묵’은 국문학사에 있어 신시의 새 지평을 열었다. 더욱이 불교적 휴머니즘과 깊은 관조를 바탕으로 내면의 세계를 표현한 그의 시는 그대로 동국문학의 전통으로 이어져 이후 동국문단의 어엿한 지표가 됐다.

1920년대까지 한용운과 권상로가 동국문단을 이끌었다면 1930년대는 동국문단의 전성기로 대변된다. 시조시인 조종현을 비롯해 중앙불교전문강원 출신의 신석정은 1930년 동인지『시문학』에 ‘선물’로 등단하면서 전원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시인으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했다. 또 1938년 서정주, 이태우 등이 『시인부락』의 동인이 돼 학생시인으로 장안의 이목을 끌었고, 이듬해 김달진, 김어수, 나운경, 권홍석, 신상보 등이 속속 등단했으며 조지훈, 홍영의, 장성진, 김용태, 김해진 등이 동인지 『백지』를 결성, 학생문예의 패권을 잡으면서 동국문학을 전개해 나갔다.

이처럼 동국대가 학생문예활동의 중심으로 설 수 있었던 것은 명진학교 시절부터 이어져 온 학생 자치활동의 결과였다. 특히 1939년 학생들이 중심이 돼 만든 『룸비니』등의 교우회지는 학생들의 다양한 문학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이 같은 전통은 그대로 이어져 혜화전문학교 시절 전교생의 80%가 문학청년이라 불릴 정도로 동국대는 한국 국문학계의 중심축으로 성장했다.

동국 문학이 한국문학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야는 시와 평론이었다. 특히 한용운, 신석정, 김달진, 서정주로 이어지는 동국시의 계보는 그대로 한국시의 중추적인 체계를 형성했고, 이태우가 조선일보 신축문예에서 평론 부문으로 당선된 이후 정태용, 조연현에 이르는 동국 평론문학의 계보도 한국 평론 문학의 중심이 되기에 충분했다.

해방과 함께 혜화전문이 동국대학으로 승격되면서 학부과정에 국문학 전공이 신설돼 동국문학은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양주동을 초대 문학부장에 선임하고 동국문학의 전통을 이어간 동국대는 이 시기 서울대, 연희대 등과 학술교류를 진행하는 한편 『동국』, 『동국시집』등 문학을 전문으로 다룬 잡지를 발간하면서 동국문학의 새 시대를 개척해 나갔다.

그러나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학교는 물론 문학부분에서도 커다란 시련을 맞았다. 특히 동국대학 초대학장으로 불교학과 언어학을 강의했던 허윤 교수를 비롯해 시론의 김기림, 언어학의 유웅호 교수 등이 납북됐고, 이념적 갈등을 빚었던 전석담, 백남운, 정지용 교수 등이 월북하면서 동국대 국문학은 침체기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한국 국문학의 중심축이었던 동국 문학이 그대로 무너질 수는 없었다. 1953년 휴전과 동시에 다시 양주동이 대학원장으로 복귀하면서 『동국시집』을 복간, 황명, 이창대, 신기선, 이종출, 이상보 등이 다양한 작품 활동을 펼쳤고, 이후 수많은 문인들이 속속 주옥같은 문학작품을 발표하면서 동국문학의 전통을 새롭게 복원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동국시집』은 한용운, 서정주, 조지훈으로 이어지는 동국시의 전통을 계승한 잡지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기도 했다.

1960년대 들어 동국 문학은 또 다시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4·19 학생운동에 이어 군부독재에 대한 반대시위가 계속되면서 혼란이 가중됐고 급기야 임시휴교 조치 등이 내려지면서 문학 활동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더욱이 동국대 국문학과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던 양주동이 연희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동국 문학의 중심축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국대는 동문 출신의 서정주, 장한기, 이병주, 조연현 등을 신임 교수로 채용하고 동문들을 중심으로 ‘양주동 박사 다시 모시기 운동’을 펼쳐 결국 62년 동국대로 복귀하게 했다. 이처럼 뛰어난 교수진과 확고한 문학 활동의 토대를 구축한 동국대는 한 때 ‘문인 공화국’이라는 별칭이 따를 정도로 한국 문학계를 선도하는 뛰어난 문인들을 배출해 냈다.

‘문인 공화국’ 별칭 얻기도

80년대 들어 동대 문학은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이 주최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신진 문인들로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1920~30년대 시조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면서 대표적 시조시인으로 명성을 날렸던 조종현의 아들, 조정래는 10부작 『태백산맥』을 완간, 독서계를 휩쓸어 동대 문학의 부흥시대를 예고했다. 이후 동국대는 동악어문학회를 통한 월례발표회를 활성화시키고 한국불교문학사연구회를 창립, 불교문학에 대한 연구의 새 지평을 열기도 했다.

만해 한용운을 시작으로 신석정, 서정주, 조지훈, 조연현, 조정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인들을 배출해 낸 동국대. 근현대 한국문학을 개척·발전시켜, 마침내 완성을 이루게 한 동국대 교정에는 선배들의 창작 활동의 뜨거운 열정이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시-평론-소설 등 확고한 위치 차지

동국대 출신 문인들

만해 한용운을 비롯해 신석정, 김달진, 조지훈 등 동국대 출신 문인 대부분은 한국 근현대 문학을 이끈 인물들이었다.

3·1운동의 기수로 독립선언서를 기초했던 만해 한용운은 『불교』지를 인수, 편집했다. 그는 백담사에 기거하면서 ‘불교유신론’, ‘불교대전’, ‘십현담주해’, ‘조선 독립의 서’를 집필, 불교 부흥과 자주 독립을 외쳤으며 1926년 시집 『님의침묵』을 발표하면서 신시의 발판을 굳혔다.

또 중앙불교전문강원 출신의 신석정은 1930년대 『시문학』동인으로 활동하며 전원과 자연을 다루면서 참신한 이미지를 구사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동국역경원에서 팔만대장경의 역경위원으로 활동했던 김달진도 동양적 불교시인으로 명성을 날렸다. 그러나 무엇보다 동국대 문인의 정점은 서정주였다. 한용운, 신석정, 김달진으로 이어지는 동국시 계보를 이은 서정주는 『화사집』,『귀촉도』등 다양한 시집을 발표하면서 동국시를 대성시켰다.

박목월,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 시인으로 알려진 조지훈도 동국대가 배출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동국대 초대 문학부장을 역임했던 양주동도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국문학자였으며 이원섭, 정인보 등도 시인으로 활동했다.

이와 함께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평론으로 당선된 이태우는 이후 정태용과 조연현과 함께 동국대 평론문학을 선도해 한국 평론계의 중심을 이뤘다.

이밖에도 80년대 우리나라 대표적인 베스트 셀러였던 『태백산맥』을 집필했던 조정래도 동국대가 배출한 대표적인 문인으로 꼽힌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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