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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임용도 인연 따라

기자명 법보신문
100대 1 경쟁률 뚫고 교수 임용 돼
두달 간 전전긍긍했던 번뇌 떨구어


조금은 한심스러웠다. 스님이 되어가지고 속인이랑 똑같이 대학교수 임용을 받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는 지난 두달간의 내 모습이 좀 그랬다. 한편으로는 지금 이런 모습이 좀 우스워도 또 한편으로는 미국 대학교에서 정교수가 되어 교편을 잡으면 미국 대학생들에게 불법(佛法)을 전할 수 있으므로 그것도 스님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막상 1차 서류 심사와 2차 면접을 통과 했다는 소식을 받으니 기분이 참 좋았다. 미국 박사 학위생들과 당당히 경쟁하여 100대 1이 넘는 경쟁을 뚫고 마지막 4명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그런데 그런 기분 좋은 소식이 하나 둘씩 더 들리더니 결국에서는 총 5개 대학에서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이 날아왔다. 올해 미국 전체에서 동아시아 종교학 교수 종신제 임용 광고 난 곳이 12대학 정도 되는데 그 가운데 다섯 대학에서 좋은 소식이 있었으니 일단은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마지막 후보에 오른 이들 한명 한명이 다 대단한 사람들이니 교수 임용이 될 것이라는 보장을 그 누구도 할 수가 없다.

마지막 관문은 각 대학으로 초대되어 대개 2박 3일 동안 이루어진다. 그 기간동안에 각 대학 교수진들은 4명의 후보 가운데 어떤 사람이 본인 대학의 기대와 필요에 잘 부합하는지를 세세하게 살피게 된다. 우선 본인들의 연구 분야에 대한 발표가 있고 그 이외에 실제 수업에 초대되어 학생들에게 직접 강의를 한 시간 정도 해야 된다. 또한 공양 시간을 이용해 교수님 한분 한분과 개별 인터뷰를 한 다음 오후 시간에는 학장이나 도서관장 또는 학생들을 만난다.

5군데 대학 가운데 3군데가 사립대학이고 2군데가 주립대학이다. 어느 대학은 학생수가 3만명이 넘기도 하고 어느 대학은 1500명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각 대학이 또한 원하는 사람도 다 다르다. 어느 대학의 학풍은 사회 종교학이나 종교 철학들의 이론을 본인 연구하는데 잘 적용할 줄 아는 사람을 원하기도 하고 또 어느 대학은 수업 강의 능력이 탁월한 사람을 원한다. 또 어느 대학은 도교나 유교 전공자를 우대하기도 하며 또 어느 대학은 중국어 일본어를 둘 다 구사하면서 종교 철학쪽 접근 보다는 종교 역사학쪽 접근을 선호하기도 한다.

지난 한달 동안 미국 전국을 돌며 4군데 대학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아직 한곳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희소식을 전해 들었다. 4군데 대학 중 한 곳에서 나의 교수 임용이 결정 났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나도 그 4군데 대학 가운데 그 대학이 나와 가장 잘 어울릴만한 대학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나를 임용해 준 것이다. 아! 그렇구나. 이것도 인연이구나! 한 수업에 20명 내외의 적은 학생수, 한 학기에 2과목만 가르치면 되는 조건, 한국 종교학을 가르칠 수도 있고 내가 승려인 것을 오히려 좋아해주는 이 학교가 마음에 든다. 은사 스님 절과도 차로 3시간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았으니 모든 것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이로써 나는 드디어 번뇌 하나를 놓는다.

혜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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