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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삼매

기자명 법보신문
자면서도 논문 생각 ‘삼매’ 버금
힘든 기도라도 노력하면 재미붙어


요번 여름이 끝나기 전까지 박사 논문을 마쳐야 되는 상황이다 보니 도서관에서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아침 9시 도서관 문이 열리면 바로 들어가 컴퓨터를 켜 놓고 공부를 시작해 보통 저녁 9시까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 시간상으로는 하루에 12시간 정도를 도서관에서 보내지만 정작 정말로 집중해서 공부하는 시간은 8시간 정도 될까 말까다. 나머지 4시간은 공양하는 시간과 중간 중간에 도서관 주위를 돌면서 경행하는 시간, 화장실 다녀오고 인터넷 체크하는 시간이다.

어쩌면 이번 8월말까지 내게 150일 간의 기도시간이 주어진 것 같다. 사람들이 많이 있는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지만 거의 모든 시간을 혼자 보내게 된다. 도서관 안에서의 내 나름대로의 규칙이 또 정해져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에 공부를 하고 공양하는 식당도 거의 매일 같은 곳으로 가서 같은 음식을 거의 먹게 된다. 이런 규칙적 생활이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는 나의 의식을 어느 정도 한 곳으로 모으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떤 때는 공부가 아주 잘 되는 때가 있다. 마치 내가 공부 삼매에 들어가버린 듯하다. 그럴 때는 정말로 한번 책상에 앉아 논문을 쓰기 시작하면 한 시간 두 시간이 눈 깜박할 사이에 지나간다. 또 공부를 하지 않는 시간에도 나도 모르게 의식이 논문 내용으로 계속 집중해 있다. 심지어 잠을 자면서도 다음날 쓸 논문 내용을 생각한다. 그런 다음 날 아침에는 진도가 훨씬 많이 나간다.

또한 공부 삼매에 들면 공부가 재미있어진다. 논문을 쓰면서도 그 안의 내용을 이렇게 쓸까 저렇게 쓸까 하면서 그 세계에 흠뻑 빠져 버리는 것이다. 일단 그렇게 그 세계 안에 들어가 있으면 이런 저런 잡념이 없어져서 그런지 마음도 또한 편해진다.

그런데 처음부터 이런 공부 삼매에 들지는 않는다. 공부를 막 시작했을 때 공부에 전념하려면 애를 꽤 많이 먹는다. 논문 주제가 너무 딱딱한 것은 아닌지, 너무 광범히 하게 잡은 것이 아닌지 등등 전혀 쓸데없는 의심이 들고 첫 문장, 첫 한쪽 글을 써 나가는 것이 너무 너무 힘이 들 때도 있다. 사실 이럴 때 이 과정을 잘 극복해 나가야 공부 삼매에 든다. 그리고 이 과정을 극복하는 데에는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잘 안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보면 첫 문장, 첫 한쪽, 첫 장(章)의 글이 완성이 된다.

사실 무슨 일이든 처음엔 힘이 안드는 일이 없다. 새로운 직장을 잡거나 새로운 사업을 막 시작해서 처음 일을 배우기 시작했을 때 일이 어려워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다.

마음공부나 기도를 처음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새벽에 일어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귀찮은지 모른다. 그런데 무슨 일이든 결실을 맺으려면 그때 포기하면 안된다. 그럴수록 더 열심히 하다 보면 나름대로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편안해 지고 나중에는 또 생각 못했던 재미와 힘도 붙게 된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지금은 어려워도 꾸준히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

혜민 스님 vocalizethis@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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