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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과 남북관계

기자명 고유환
김대중 정부 5년의 성과를 꼽는다면 외환위기 극복과 남북관계 진전일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임기 말 현대그룹의 대북송금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 두 가지 치적마져 훼손되고 있다. 대북송금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가신인도의 하락과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방적 대북정책 추진의 오류

대북송금과 관련해 정치권, 시민단체, 학계 등에서는 통치행위와 사법심사 대상여부를 둘러싼 논란을 지속하고 있다. 대북송금과 관련해 김대중 대통령은 '향후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의 장래 이익을 위해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대북송금 파문과 관련해서 '외교적 파장과 국익을 고려해 진상규명의 주체와 절차, 범위 등을 국회가 판단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의 주장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검찰은 지난 2월 3일 수사유보 결론을 냈으나 한나라당은 특검제 도입을 통해 진상규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북송금과 관련한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대북송금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 그 방법은 관련 당사자들이 진실을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국정조사나 특검제를 통해서 의혹을 규명할 경우 조사결과에 대한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 전에 먼저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당사자들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대북송금이 이뤄진 시기는 남북관계가 정상화되기 전의 특수한 상황이었다. 당시 북한은 남한당국 배제정책을 추진했고, 남한은 정경분리원칙을 내세워 민간기업의 대북투자와 경협을 장려했다. 김대중 정부는 '제공을 통한 북한 변화'와 '선공후득'이란 대북전략하에 햇볕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의견 수렴했으면 더 좋았을 것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액수의 많고 적음은 있을지언정 북한에 대한 제공은 불가피한 것으로 봤던 것으로 보인다. 한-소 수교 과정에서도 '대가'로 차관을 제공한 전례가 있다.

우리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때까지는 비정상적인 관행과 초법적인 통치권 행위가 있을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한 가운데 남북한 정상들이 '6·15 남북공동선언'에 합의하는 등의 행위는 초법적 통치행위다. 남북공동선언은 국가보안법과 북한 주적론과도 상치된다.

실정법을 초월하여 만든 합의문을 후에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노력이 필요하듯이, 이번 대북송금 의혹문제도 '남북관계의 특수성론'에 따라 풀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이번 문제를 사법판단의 대상으로 삼을 경우 결국은 통치권과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대측이 남북경협 차원에서 대북송금을 했다면 대북경협사업의 독점을 위한 장기 투자 차원에서 지불했을 것이다. 그리고 통치권 차원에서 대북송금을 허용했다면 남북관계 발전과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동시에 고려했을 것이다. 현대측과 통치권의 의도대로 남북관계가 발전하고 남북경협이 활성화됐다면 대북송금이 통일비용·평화비용 그리고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차원에서 양해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원 절박한 상황 이해해야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남북관계도 정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대북지원문제가 더욱 부각되는 듯하다. 새 정부 출범과 관련한 정국 주도권 문제와 대북 포용정책(햇볕정책)의 지속 여부와도 무관하지 않다.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yhkoh@dongguk.edu

한국정치학회 이사 역임 / 국제정치학회 이사 / 서울평양학회 이사 /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 경실련 통일협회 정책위원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 동국대 행정대학원 교학부장(이상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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