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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조금 불편'하면 山이 편하다'

기자명 이연경
  • 기고
  • 입력 2004.08.10 16:00
  • 댓글 0
'지난해 12월 4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경부고속철도의 금정산-천성산 관통 백지화 및 대안노선의 선정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통해 천성산 구간의 공사 업체 발주 취소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한국고속철도공단은 노 당선자의 천성산 공사 업체 발주 취소를 묵과하고 있습니다'

금정산-천성산 관통 도로의 저지하기 위해 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지율 스님이 단식을 하는 직접적인 이유이다. 2월 5일부터 겨울의 비·바람이 몰아치는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무기한으로 단식에 든 것은 불교계와 국민에게 공약한 것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천성산-금정산 관통 백지화 공약의 이행을 위해 인수위를 만나고 천성산 관통도 건립 공사를 맡을 업체 선정을 위해 발주를 강행하는 고속철도공단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던 지율 스님이 결국 택한 것이 단식 기도이다.

보다 합리적이며 개혁적인 시대를 희망하는 지금, 공약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수행자가 단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은 더 이상의 만남과 대화, 그리고 토론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단식 기도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말할 수 없이 쓸쓸하다. 약속을, 그것도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 때 내놓은 공약을 지켜달라고 단식을 해야만 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는가'하는 허탈감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고속철도사업을 하지 말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 위 세대로부터 지금의 우리에게 물려온 자연을 미래 세대에 나누고 소중하게 다루자는 것일 뿐이다.

우리가 소중하게 물려받은 것이기에 우리의 후손들에 소중하게 고이 물려주기 위해서는 우리가 조금 덜 갖고 조금 늦게 가는 불편함을 감수해 미래세대의 삶에 윤택함과 행복을 물려주자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몇 분 늦더라도 우리 민족의 불교 성지와 자연을 온전하게 보존하기를 희망한다. 천성산과 금정산을 관통하는 노선을 백지화하고 다른 노선을 찾아야 하는 것은 자연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함이다.

윤회라는 관점에서 보면 현세대가 곧 미래 세대이다.

굳이 돈과 시간을 조금 아끼기 위해서 생명의 보금자리인 산의 허리를 뚫는다는 것은 온당하지가 않은 일이다. 필자가 아는 많은 스님들과 불자들, 그리고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북한산과 천성산-금정산에 대한 공약 때문에 노 당선자를 지지했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기도 전에 선방에서 수행만 하던 스님이 선방에 가지 못하고 수행처인 산을 지키고자 길거리에서 단식에 들었다.

천성산 구간의 공사 발주는 즉시 취소해야 하며 공사 역시 중지해야 한다. 아울러 천성산과 금정산을 우회하는 대안 노선이 검토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이것이 원칙과 소신, 그리고 도덕성을 지키기를 바라는 지지자들에 대한 노 당선자의 성실한 보답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결정임을 알아야 한다.

누군가 진실은 현실에서는 패배하고 긴 역사 속에서만 승리한다고 했다. 지율 스님이 택한 길의 끝이 어디인가는 정확히 모르지만 천성산의 습지가 지금처럼 살아 있는 한 그 순수한 산에 대한 사랑과 수행처인 산을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화엄벌의 원효 스님과 더불어 살아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연경<동국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landsav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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