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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처럼 살자

기자명 법보신문
대사 슬퍼도 배우는 진짜 슬퍼하지 않아
인생은 대본 없으니 더욱 박진감 넘칠것


대학시절인가 어느 날 이런 저런 괴로움에 빠져 답답한 마음을 이끌고 산에 올랐다가 문득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인생이란 얼마나 연극과 같은 것인가’하는. 그리고는 이렇게 꼼짝 달싹 못하며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피식 미소가 번졌다.

가만 생각해 보면 그야말로 삶이란 한바탕 신나는 연극이 아닌가. 우리들 각자는 이 연극의 주인공이고 작가이고 감독이다. 연극의 주인공은 그 연극의 대사가 슬프다고 실제로 슬퍼하고 그 대사가 즐겁다고 실제로 즐거워하지는 않는다. 연극이라는 것은 실제상황이 아닌 비실체적인 것을 알기에 그 속에서 회사가 부도가 나든, 애인에게 버림을 받든, 직장 상사에게 비난을 받든, 아니 그 이상의 괴로움 속에서도 겉으로 괴로운 표정 연극은 할지언정 실제 참된 주인공의 마음은 흔들려서 괴로워하는 일이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즐거워도 크게 즐거움에 노예가 되어버리지는 않는다. 어차피 연극인줄 알기 때문이다. 울고 웃는 연극은 하지만 주인공의 진짜 마음은 전혀 울고 웃지 않고 여여하다. 또한 그 연극의 장면에 얽매이지 않고 그 순간 순간의 장면들을 한 발자국 떨어져 관조하게 된다. 연극이야 진짜처럼 할 지언정 그 대본에 빠져 집착하지 않는다.

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인생도 이러한 연극처럼 비실체적인 것이 아닌가. 다만 한 생을 살아가면서 인연따라, 상황따라 울고 웃는 일이 벌어질지언정 결코 그 어떤 것도 고정된 실체인 것은 아니다. 울 일도 생기고, 웃을 일도 생기지만, 그 어떤 것도 꿈같고 연극같고 신기루 같은 변화 속의 상황에 연속일 뿐 고정적인 것은 없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괴로움도 왔다가 가고 즐거움도 왔다가 가며 우리 인생 또한 왔다가 인연이 다하면 갈 뿐인 것이다. 그렇기에 괴롭다고 크게 얽매여 집착할 필요가 없으며 즐거움에도 크게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한 연극의 주인공은 어차피 각본을 다 짜놓고 연극을 하기에 재미가 없지만 우리 인생은 당장 10분 후의 일도 예감할 수 없으니 더욱 박진감이 넘치지 않는가. 이미 써있는 각본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자유의지에 따라서 충분히 내 연극의 각본(業力)을 바꾸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연극인가. 이렇듯 우리의 삶이 한바탕 연극인 줄 올바로 아는 사람은 인생의 크고 작은 경계에 안달복달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인생이라는 연극 속에서 주인공이 되어 순간 순간을 받아들이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실로 인생 전체를 연극이라 관할 수 있다면 살며 느끼는 괴로움들은 크게 적어짐을 느끼게 된다. 다만 연극에 충실 할 뿐 그 속에 얽매이고 집착하여 내 삶을 망쳐버리지는 않게 된다. ‘삶이 연극이구나’라는 작은 깨달음 이후로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였는지, 그 때까지 하고 있던 온갖 고민들이 모두 별 일 아닌 것 처럼 다가왔다. 그러면서 또 하나 느끼는 점, 이 세상은 참으로 살아볼만한 괜찮은 곳이라는.

법상 스님 buda1109@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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