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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돈오돈수인가 돈오점수인가 下

기자명 법보신문
박성배 “보조 비판 앞서 성철의 修 제시해야”
윤원철 “성철 돈수 주장, 수행독려 위한 방편”


성철 스님의 보조 스님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시작된 이른바 돈점 논쟁은 이후 보조사상연구원이 1990년 송광사에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본격화됐다. 특히 학술대회에서는 한국 선불교 조계종의 종조 내지 중흥조로 추앙받았던 보조 스님을 비판한 성철 스님의 주장을 반박하는 논문들이 속출되면서 돈점 논쟁이 사회적으로도 관심을 끄는 계기가 됐다.

반격의 포문을 연 것은 박성배 교수였다. 박성배 교수는「성철 스님의 돈오점수설 비판에 대하여」를 통해 “보조 스님이 말한 돈오점수의 의미는 수도자라면 누구나 깨닫기 위해 먼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불경을 읽고, 모두 참선해야 하며, 그리고 모두 남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이는 보조 스님이 당시 고려 불교사회의 병패를 해결하기 위해 종밀의 사상을 빌린 것으로 돈오돈수를 오해해 이제는 깨쳤으니 더 이상 닦을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경계하기 위해 제시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보조 스님은 부처님의 궁극적인 증표를 세상 사람들을 돕기 위해 모든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자비로 보았으며 수도의 궁극적인 의미도 거기에서 찾은 것으로 수도자는 진정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위해 불경을 통해 해오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참선하고 또한 자비를 실천하는 점수를 통해 진정한 증오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 것이라는 점이다.

박 교수는 이어 “성철 스님이 이 같은 보조 스님의 점수 사상을 독수생정(毒樹生庭 정원에 난 몹쓸 나무)으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친 종파주의적 편견일 뿐 아니라 화두선 근본주의자적 발상”이라며 “성철 스님은 보조 스님은 비판하고 돈수를 강조하기에 앞서 당신의 수(修)에 대한 이론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강건기 교수도 「보조사상에 있어서 닦음의 의미」를 통해 “돈오점수가 교가의 수행방법으로 선과 상반된 ‘이단사설’이라고 한다면 그 가르침을 설한 부처님은 어떻게 된다는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며 “이는 성철 스님 스스로 ‘선문 정전’이라는 이름으로 불교 자체를 편협하게 만드는 모순을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이어 “돈오점수는 마음의 성·상에 대한 바른 확신을 가지고 자리와 이타의 실천을 꾸준히 하라는 가르침으로 이 속에는 성철 스님이 염려하시는 ‘해오에서 득도(得道)를 사칭’하는 것을 허락지 않는다”며 “이는 마음에 대한 깨침인 돈오는 ‘이제 참 공부의 시작인 줄 알라’고 보조 스님은 누누이 강조해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보조사상연구원 소속 연구자들의 대대적인 반격으로 궁지에 몰렸던 성철 스님을 지지하던 연구자들은 성철 스님의 입적 1주기를 맞아 조계사에서 개최한 학술세미나를 통해 재반격에 나섰다.

윤원철 교수는 「선문정로의 수증론」을 통해 “성철 스님이 돈오 이전의 수행을 사실상 점적(漸的)인 개념으로 설명하면서도 점(漸)을 극하게 부정하는 것은 점차(漸次)를 인정하면 수행 단계 그 계위(階位) 하나하나에 의미와 가치를 둠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함정을 경계하기 위한 것”이라며 “완전히 깨닫지 못한 범주에 속하는 경지가 아무리 고매하다고 해도 구경각(究竟覺)에 비춰보면 무가치함을 깨닫고 수행에 더욱 매진해야 함을 강조하기 의도”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이어 “성철 스님의 수행론을 두고 아무런 수행의 노력도 필요없다는 뜻이라거나 돈수를 단박에 닦아 마친다는 말의 어감을 흔히 오해해 ‘쉽다’는 뜻으로 생각함은 그릇된 것”이라며 “성철 스님의 돈수란 돈오한 뒤에는 불각(不覺)의 수행방편이 필요 없음을 강조한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윤 교수의 주장에 목정배 교수 등이 동조했고 이에 김호성 교수 등이 반박하면서 돈점 논쟁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진행돼 왔다.

성철 스님의 문제제기로부터 비롯돼 30년 이상 지속돼 온 돈점 논쟁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론을 맺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논쟁은 수많은 학자들이 참가하면서 20세기 한국불교학계의 최대이슈가 되기에 충분했다.

권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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